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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영빛차
등록일: 26-01-0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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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스포츠 에이전트에서 올리브 생산자로
릴게임바다이야기스페인 올리브 오일에 반해 밭까지 사들여
채즙률 낮아도 맛을 우선한 10월 추수
‘올리브 학교’서 만난 토마스와 동업 5년째
서울을 방문한 백수진씨(가명)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람을 팔다가 이제는 올리브 오일을 파는 사람이라고 릴게임황금성 . 사람을 팔았다고? 좀 자극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그의 원래 직업은 스포츠 에이전트였으므로. 프로선수들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했다. “이 선수 얼마에 팔 수 있어?” “이 선수 얼마에 살 수 있니?”라는 말이 지긋지긋해졌을 때 파는 종목을 바꾸기로 했다. 스포츠에서 전혀 다른 종목으로. 올리브 오일이었다. 사람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으 야마토게임연타 로 종목을 바꾼 것이다.
“획기적인 변화였네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렇지 아니한가? 하루아침에 업종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더. 더군다나 스포츠 에이전트의 일이란 그들만의 리그였다. 모든 게 촘촘한 인맥으로 움직이는 그곳에서 운동과는 전혀 관계없던 검증완료릴게임 삶을 살던 그는 그 ‘인맥’이라는 것을 갖기 위해 꽤나 발버둥 쳤었으니까. 그런데 완전히 다른 업종으로 이동한 것이다.
라과르디아 산에 있는 알 알마 농장. 백수진씨 제공
왜 올리브 오일이었을까? 마침 그가 사는 바다이야기#릴게임 곳이 스페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프랑스만큼이나 먹는 것이 삶의 주요 부분인 나라.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수입의 4분의 3을 먹는 것에 지출한다. 돈키호테가 그다지 미식에 관심 있는 인물이 아니라서 의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집착하는 것이 올리브 오일이다. 스페인에서 올리브 오일이란 한국에서 쌀이나 된장 같은 필수 요소이기에. 스페인 사람들에게 올리브 오일이란 우리의 쌀이나 된장인 것이다. 백씨 또한 매일 먹다 보니 올리브 오일의 세계에 눈을 떴다.
“스페인에는 왜 가신 거예요?”
책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는 수많은 인문대생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그.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백씨는 공부하기 위해 갔던 스페인에서 인생이 바뀌었다. 스페인에 간 건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스페인에 가게 된 바람에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되었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업무들과 마주하고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스포츠 에이전트 일을 잘한 게 문제였을까? 하고 싶었던 공부는 마치지 못하고, 한동안 스포츠 에이전트로 살았다. 그러다가 지금은 올리브 오일을 팔고 있다.
올리브 오일을 팔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올리브 오일을 잘 몰랐다. 당시(그러니까 20년 전의 한국)만 해도 올리브 오일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스페인에는 맛있는 올리브 오일이 너무도 많았다. 관심 분야가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게 되면 집요하게 파는 성격이라고 그는 말했다. 올리브 오일을 좋아하다가 올리브 오일 학교도 가게 되었다.
“올리브 오일 학교라는 게 뭔가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일단 그렇게 말하는데, 흥미를 보이는 분들께는 더 이야기한다고 한다. 1년 과정의 올리브 오일 테이스터 학교를 백씨는 그렇게 말했다. 공식 명칭으로는 에스쿠엘라 수페리오르 델 아세이테 데 올리바(Escuela superior del aceite de oliva). ‘올리브 오일 카타도르 학교’라는 뜻이다. 카타도르는 국제올리브오일협회의 공식 테이스터를 뜻한다.
올리브 오일을 팔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올리브 밭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올리브 오일 판매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올리브 오일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말. 그가 파는 올리브 오일은 그의 밭에서 생산한 올리브 오일이다.
“어떻게 한국 사람이 스페인에서 올리브 밭을 사게 되셨어요?”
나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올리브 오일 학교에서 만난 토마스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건축가로 성공한 토마스 할아버지는 땅을 사기로 했는데, 마침 그 땅이 광활한 올리브 밭이었다고. 올리브에 관심을 갖게 된 토마스 할아버지도 올리브 오일 학교에 왔다가 동급생으로 백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백씨는 토마스 할아버지로부터 땅 일부를 샀다. 그뿐이 아니다. 올리브 농사에 필요한 여러 시설과 장비를 공유하는 동업자 사이가 되었다. 동업을 한 지 벌써 5년째. 동업자로 인정받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냉철한 사업가인 토마스 할아버지는 백씨를 지켜보면서 자기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았다고. 밥만 먹었지 올리브 밭 이야기를 못 하게 했다. 그렇게 쟁취해 낸 백씨의 올리브 밭은 그가 사는 마드리드 한복판으로부터 차로 1시간 가면 있다.
“대도시인 마드리드에서 1시간 거리에 올리브 밭이 있다고요?”라고 했더니 거리로는 100㎞ 정도라고 했다.
나는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도 있고, 그리스 올리브 오일도 있잖아요. 스페인 올리브 오일은 어떻게 다른가요?”라고 물었다. “다 달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좀 거칠어도 한 문장이나 단어로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은 복잡한 면이 많아요. 그리스 올리브 오일은 좀 심심하달까요? 스페인 올리브 오일은 직설적이에요. 직관적이고요. 단순하고 무식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페인 레드 와인 같다고 할까요?”
스페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올리브 오일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기도 하다.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50%를 스페인 올리브 오일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올리브 오일이 각각 10%를 차지한다고. 올리브 오일은 정말 여러 가지로 레드 와인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기후와 토양과 강수량이 중요했고, 어떤 기술과 어떤 조건에서 오일로 만들어지는지가 또 중요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올리브는 생물이기에 가장 신선할 때 따서 지체하지 않고 즙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물인 생선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과도 같다. 우리는 생선에 대해서는 좀 알지 않나? 생선이 가장 신선할 때, 생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잘 드는 칼로 조리한 생선을 먹는 것, 이 생선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라는 것을. 올리브 오일도 그렇다!
그런데 올리브 오일 세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신선함’이라는 척도다. 생산자마다 신선에 대한 관점이 갈린다. 그러니 올리브를 따는 시기도 갈린다. 백씨는 ‘추수’라고 표현했다. 백씨와 토마스 할아버지가 동업 중인 알 알마(Al Alma) 농장에서는 그 시기가 10월 중순부터다. ‘알마’는 영혼이라는 뜻.
10월의 신선한 올리브. 백수진씨 제공
“왜 10월인가요?”
“10월에 짜는 올리브 오일이 가장 맛있으니까요.”
간명한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더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10월에 올리브를 짜면 과육의 10% 정도만을 오일로 얻을 수 있다. 11월에 짜면 올리브가 더 익어서 더 많은 오일을 얻을 수 있지만 맛은 떨어진다고. 백씨와 토마스 할아버지의 ‘영혼 농장’은 양보다 맛을 택한 것이다. 알 알마 농장에서 생산하는 다른 품종보다 오히블랑카(스페인의 대표적인 올리브 품종 이름)가 비싼 이유도 채즙률에 있었다. 오히블랑카의 경우는 과육 대비 8% 이하의 오일을 얻는다.
“그런데 스페인 올리브 오일 하면 남부를 알아주지 않나요?”
알 알마 농장은 스페인 중부에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물었다. 올리브 오일 생산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 올리브 오일은 남부 아니야?”
이렇게 스페인 올리브 오일처럼 직설적으로 말이다. 나 또한 그렇게 들어왔다. 스페인 올리브 오일의 최고봉은 남부인 안달루시아의 것이라고. 그 이유는 남부의 태양이 정말 뜨겁기 때문이라고. 아니면 북부인 카탈루냐 지방의 올리브 오일도 유명한데, 아르베키나 품종이 특히 좋다고.
“저희 올리브 밭이 어디인지 아세요? 라만차예요. 돈키호테에 나오는 그 라만차요.”
“라만차라고요?”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나는 시작 부분 역시 좋아한다.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는, 하지만 동네 이름은 밝힐 수 없다는 그 신비로운 서두를.
백씨는 세르반테스와 다르게 알 알마 농장이 어디 있는지 밝혔다. 라만차의 톨레도, 톨레도의 라과르디아 산에 있다고. 백씨는 자신의 올리브 오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하다 세르반테스를 가져왔다. 판매하는 페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카스티야라만차를 일컬어 겨울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을, 여름에는 타오르는 태양을 겪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차가운 바람과 타오르는 태양이 올리브 오일과 관계가 있나요?”
11월의 많이 익은 올리브. 백수진씨 제공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백씨는 극심한 온도 변화가 품질 좋은 올리브 열매를 열리게 한다고 했다. 스페인 중부 지역은 특히나 추움과 더움이 극명한 지역이라고. 그리고 포도처럼 종류가 많아서 품종에 따라 온도와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각기 다르다고 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올리브 품종에는 300종이 있다고도. 300종마다 각기 어울리는 기후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백씨가 생산하는 오일은 중부 지방의 기후에 어울리는 올리브 나무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를테면, 코르니카브라는 중부의 토착 품종. 피쿠알과 오히블랑카도 함께 키우고 있다. 피쿠알과 오히블랑카 같은 경우에는 원래 남부에서 잘되는 올리브 나무인데, 기후 변화로 인해 생산지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국의 사과 같은 거군요!”
몇년 사이, 사과를 먹기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특히나 맛있는 사과를 만나는 일은 이제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도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한 사과를 사서 먹고 있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올리브 오일 생산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올리브 나무도 기후 변화의 영향 아래 있는 것이었다. 알 알마 농장의 피쿠알 품종도 지난해 생산량의 3분의 1이 급감했다. 서울로부터 마드리드까지 비행기로 15시간 넘는 거리지만 두 나라 모두 기후 변화라는 재앙 앞에 공평했다. 앞으로 점점 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당연히 먹었던 것들을 말이다. 사과도, 올리브 오일도 더 이상 먹게 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그녀의 올리브 밭은 잠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든 것처럼 보일 뿐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볼 수 없는 땅속에서. 그것을 이해하려는 게 그의 일이다.
소설가 한은형
한은형 l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거짓말’ ‘레이디 맥도날드’와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등을 썼다.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스포츠 에이전트에서 올리브 생산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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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학교’서 만난 토마스와 동업 5년째
서울을 방문한 백수진씨(가명)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람을 팔다가 이제는 올리브 오일을 파는 사람이라고 릴게임황금성 . 사람을 팔았다고? 좀 자극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그의 원래 직업은 스포츠 에이전트였으므로. 프로선수들을 ‘사고파는’ 일을 중개했다. “이 선수 얼마에 팔 수 있어?” “이 선수 얼마에 살 수 있니?”라는 말이 지긋지긋해졌을 때 파는 종목을 바꾸기로 했다. 스포츠에서 전혀 다른 종목으로. 올리브 오일이었다. 사람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으 야마토게임연타 로 종목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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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을 팔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올리브 오일을 잘 몰랐다. 당시(그러니까 20년 전의 한국)만 해도 올리브 오일이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스페인에는 맛있는 올리브 오일이 너무도 많았다. 관심 분야가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게 되면 집요하게 파는 성격이라고 그는 말했다. 올리브 오일을 좋아하다가 올리브 오일 학교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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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오일을 팔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녀는 올리브 밭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올리브 오일 판매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올리브 오일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말. 그가 파는 올리브 오일은 그의 밭에서 생산한 올리브 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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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인 마드리드에서 1시간 거리에 올리브 밭이 있다고요?”라고 했더니 거리로는 100㎞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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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올리브 오일도 있고, 그리스 올리브 오일도 있잖아요. 스페인 올리브 오일은 어떻게 다른가요?”라고 물었다. “다 달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좀 거칠어도 한 문장이나 단어로 설명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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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전세계에서 가장 올리브 오일이 많이 생산되는 나라기도 하다.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50%를 스페인 올리브 오일이, 이탈리아와 그리스 올리브 오일이 각각 10%를 차지한다고. 올리브 오일은 정말 여러 가지로 레드 와인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기후와 토양과 강수량이 중요했고, 어떤 기술과 어떤 조건에서 오일로 만들어지는지가 또 중요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올리브는 생물이기에 가장 신선할 때 따서 지체하지 않고 즙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물인 생선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과도 같다. 우리는 생선에 대해서는 좀 알지 않나? 생선이 가장 신선할 때, 생선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잘 드는 칼로 조리한 생선을 먹는 것, 이 생선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라는 것을. 올리브 오일도 그렇다!
그런데 올리브 오일 세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신선함’이라는 척도다. 생산자마다 신선에 대한 관점이 갈린다. 그러니 올리브를 따는 시기도 갈린다. 백씨는 ‘추수’라고 표현했다. 백씨와 토마스 할아버지가 동업 중인 알 알마(Al Alma) 농장에서는 그 시기가 10월 중순부터다. ‘알마’는 영혼이라는 뜻.
10월의 신선한 올리브. 백수진씨 제공
“왜 10월인가요?”
“10월에 짜는 올리브 오일이 가장 맛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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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알마 농장은 스페인 중부에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물었다. 올리브 오일 생산자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 올리브 오일은 남부 아니야?”
이렇게 스페인 올리브 오일처럼 직설적으로 말이다. 나 또한 그렇게 들어왔다. 스페인 올리브 오일의 최고봉은 남부인 안달루시아의 것이라고. 그 이유는 남부의 태양이 정말 뜨겁기 때문이라고. 아니면 북부인 카탈루냐 지방의 올리브 오일도 유명한데, 아르베키나 품종이 특히 좋다고.
“저희 올리브 밭이 어디인지 아세요? 라만차예요. 돈키호테에 나오는 그 라만차요.”
“라만차라고요?”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나는 시작 부분 역시 좋아한다.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는, 하지만 동네 이름은 밝힐 수 없다는 그 신비로운 서두를.
백씨는 세르반테스와 다르게 알 알마 농장이 어디 있는지 밝혔다. 라만차의 톨레도, 톨레도의 라과르디아 산에 있다고. 백씨는 자신의 올리브 오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하다 세르반테스를 가져왔다. 판매하는 페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에서 카스티야라만차를 일컬어 겨울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을, 여름에는 타오르는 태양을 겪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차가운 바람과 타오르는 태양이 올리브 오일과 관계가 있나요?”
11월의 많이 익은 올리브. 백수진씨 제공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백씨는 극심한 온도 변화가 품질 좋은 올리브 열매를 열리게 한다고 했다. 스페인 중부 지역은 특히나 추움과 더움이 극명한 지역이라고. 그리고 포도처럼 종류가 많아서 품종에 따라 온도와 물이 얼마나 필요한지 각기 다르다고 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올리브 품종에는 300종이 있다고도. 300종마다 각기 어울리는 기후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백씨가 생산하는 오일은 중부 지방의 기후에 어울리는 올리브 나무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를테면, 코르니카브라는 중부의 토착 품종. 피쿠알과 오히블랑카도 함께 키우고 있다. 피쿠알과 오히블랑카 같은 경우에는 원래 남부에서 잘되는 올리브 나무인데, 기후 변화로 인해 생산지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국의 사과 같은 거군요!”
몇년 사이, 사과를 먹기 얼마나 힘들어졌는지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특히나 맛있는 사과를 만나는 일은 이제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나도 강원도 고랭지에서 생산한 사과를 사서 먹고 있기에 기후 변화에 따른 올리브 오일 생산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올리브 나무도 기후 변화의 영향 아래 있는 것이었다. 알 알마 농장의 피쿠알 품종도 지난해 생산량의 3분의 1이 급감했다. 서울로부터 마드리드까지 비행기로 15시간 넘는 거리지만 두 나라 모두 기후 변화라는 재앙 앞에 공평했다. 앞으로 점점 먹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당연히 먹었던 것들을 말이다. 사과도, 올리브 오일도 더 이상 먹게 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그녀의 올리브 밭은 잠들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든 것처럼 보일 뿐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볼 수 없는 땅속에서. 그것을 이해하려는 게 그의 일이다.
소설가 한은형
한은형 l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해 장편소설 ‘거짓말’ ‘레이디 맥도날드’와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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