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1940년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런던의 홀랜드 하우스 서가를 돌아보고 있다. 아르테 제공


영국 출판사 펭귄북스가 설립 2년 만인 1937년 내놓은 '펭귄스페셜' 시리즈는 대성공을 거뒀다. 세계 대전 발발 직전의 혼란스러운 국제정치 상황에 대한 독자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펭귄스페셜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펭귄북스는 개전 후 정부가 실시한 종이 할당제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종이를 확보했고, '군인 북 클럽'을 만들어 전선에 책을 꾸준히 실어 날랐다. 페이퍼백(문고판) 혁명으로 유명한 신생 출판사의 성공 뒤엔 전쟁이 있었던 셈이다.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앤드루 페테그리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가 쓴 신간 '전쟁과 책'은 1, 2차 대전 당시 책과 전쟁의 긴밀한 관계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책은 권력자에게 전쟁을 지지할 선전 도구로 유용했지만, 군인은 물론 폭격과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민중에게는 삶을 이어갈 위안을 주기도 했다.
전쟁 통에도 존재감을 과시한 책은 파괴의 표적이 됐 야마토게임방법 다. 독서광이었던 독재자 히틀러와 스탈린은 책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전쟁에서 독일군과 소련군은 점령한 도서관의 책을 압수하거나 불태웠다. 유럽 전쟁에서 약 5억 권의 책이 파괴 또는 분실됐고, 또 그만큼 많은 책이 생산됐다.
책은 20세기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책과 전쟁의 깊은 인연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사아다쿨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도서관 770곳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동시에 책의 소중함은 커졌다. 폭격 등으로 전기와 통신이 자주 끊기면서 책은 유용한 소통의 방식이자 정체성을 지키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쟁의 파괴에 맞서 문명을 재건하는 토양으로서 책의 중요성은 인공지능(AI) 위협을 받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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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책·앤드루 페테그리 지음·배동근 옮김·아르테 발행·704쪽·4만5,000원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자 admin@seastorygame.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