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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5-06-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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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내린 평상에 앉아 베어 먹는 빨간 수박, 아궁이에 불 피워 지은 가마솥 밥과 고소한 누룽지…. 생각만 해도 정겨운 농촌 풍경이다. 요즘 이같은 시골 일상 속으로 휴가를 떠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름하여 ‘촌캉스(농촌+바캉스)’. 청춘들의 촌캉스는 어떤 모습일까?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하지(夏至)에 촌캉스 여행을 따라가봤다.
이번 여행이 펼쳐질 곳은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한옥 숙소 ‘수안채’다. 수안채에 가까워지자 햇살을 머금고 자란 옥수수·파·마늘이 눈길을 끌고, 조금 더 들어가자 나무와 황토로 지은 고즈넉한 한옥이 모습을 드러낸다. 담보대출한도 마당 한편에선 밀짚모자를 쓰고 몸뻬 바지를 입은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올챙이·다슬기를 구경하고 있다. 도시를 떠나 살아본 적 없다는 한 20대 여성 참가자는 “너무 귀엽다”며 다슬기를 손바닥에 조심스레 올려보기도 했다.
“감자야, 돌멩이야?” 도시 청년들은 감자 캐는 부산우리캐피탈 것도 재밌다.
청춘들을 위한 촌캉스 프로그램은 여행사 ‘지구놀이터’에서 기획했다. 그 시작은 학업·취업·결혼 같은 사회적 기대에 지친 청년들이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쉬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2024년 한달에 한번 진행하다가 올해는 한달에 두번으로 늘릴 만큼 인기가 많다. 이날도 2030세대 경찰 개인신용정보서 참가자 16명이 숙소 가득 모였다. 처음 만난 이들은 이름 대신 부를 별명을 정해 자신을 소개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시골살이를 접해보고자 촌캉스를 찾은 이가 많았다. 프로그램 진행은 여행사 소속 김효진 촌장이 맡았다. 그는 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눈 뒤 닭싸움 같은 어린 시절 놀이로 잊고 살던 동심을 다시 불러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모집분야 촌캉스를 즐길 차례. 첫 체험은 전 만들기다. 각 팀은 상대보다 더 맛있는 전을 만들기 위해 텃밭에서 감자를 캐고 고추·호박을 따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트 진열대에서 보던 감자가 알알이 달려 오니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김억두’란 별명의 참가자가 “이게 감자야, 돌멩이야?”라며 땅에서 캔 흙 묻은 돌멩이를 유심히 살피자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몇 아웃백 직장인 몇 참가자는 전에 넣을 달걀을 구하기 위해 닭장으로 향했다.
“꺅!”
닭장에서 닭들이 푸드덕 날아오르자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힌 참가자 ‘원짱’이 먼저 닭을 한쪽에 몰고 따뜻한 달걀을 꺼냈다. 달걀까지 준비되자 요리가 시작됐다. 서툰 솜씨였지만 달군 팬에 갓 딴 부추를 얹고 그 위로 달걀물을 붓자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평소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참가자 ‘노을’은 “이렇게 채소를 직접 딴 것도, 전을 부친 것도 처음인데 너무 재밌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소한 전이 완성되자 촌장은 막걸리로 만든 ‘막푸치노’를 선보였다. 막걸리에 우유·꿀·계핏가루를 섞은 막푸치노는 마치 아이스카푸치노처럼 목 넘김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났다. 향긋한 전과 함께 즐기니 마치 반가운 새참 시간 같았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장작이 젖어서 불 피우기 쉽지 않을 거예요.”
참가자 ‘노을’과 ‘따뜻한 딸기우유’가 난생처음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있다.
가볍게 즐겼으니 이제 뜨끈한 보양식을 준비할 차례다. 메뉴는 가마솥 닭백숙. 수안채를 관리하는 김정기 대표가 아궁이 앞에서 불 피우기 시범을 보이자 평소 캠핑을 즐긴다는 참가자 ‘따뜻한 딸기우유’가 도전에 나섰다. 그는 매운 연기에 눈물까지 찔끔 흘렸지만 끝내 불씨를 살려냈다. 함께 불을 피우고 가마솥도 닦은 ‘노을’은 “삼겹살집에서 솥뚜껑은 봤어도 이렇게 솥 전체를 다뤄본 건 처음”이라며 신기해했다.
몸뻬 바지를 입은 참가자 ‘마초’가 장작 패기에 도전하고 있다. 요령은 도끼의 무게를 이용해 내려치는 것이다.
대추·엄나무 같은 재료를 가득 넣은 백숙이 끓는 동안 마당 한편에선 장작 패기 체험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도끼 무게를 이용해 나무 가장자리 쪽을 내려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번에 성공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도끼가 장작에 박혀 낑낑대는 이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선 응원이 쏟아졌다. “도끼를 툭 내려놓아보세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니까요!” 참가자들이 심기일전해 내려친 장작이 쩍 갈라지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저녁 메뉴는 대추·토종닭 같은 재료로 만든 가마솥 닭백숙이다.
해가 저문 저녁에 식탁 앞에 모인 참가자들.
웃고 즐기다 보니 벌써 길디긴 하지의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저녁 식탁엔 뽀얗게 우러난 백숙과 갓 딴 쌈채소, 구운 고기가 올랐다. 직접 만든 백숙을 먹는 참가자들의 얼굴에 순수한 미소가 번졌다. 촌캉스가 두번째라는 참가자 ‘마초’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을 살피는 재미가 있다”며 “신기한 건 시간 볼 때 빼고는 스마트폰을 거의 안 봤는데도 하루가 훌쩍 지나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무와 황토로 지은 한옥 벽에 농기구가 걸려 있다. 푸근한 시골 풍경이다. 남양주=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올여름엔 스마트폰 볼 새 없는 정겨운 농촌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도심 속에서 놓치고 살던 맑은 행복을 발견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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