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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3년 임기를 시작한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국방일보 지면 제작에 강요했다는 국방일보 내부 비판을 받는다. 발행부수가 12만부인 국방일보는 매주 수요일 장병 정신교육 교재로 사용되는 등 군 내부에서 영향력이 큰 매체이다.
20대 대선 때인 2022년 윤석열 캠프 공보 특보를 지낸 채 원장은 임기 내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했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여러차례 드러냈다. 특히 그는 12.3 내란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지키는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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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일 국방홍보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의결전이라 제2계엄 우려가 높던 지난해 12월9일 국방일보 1면 머리기사로 ‘현재 국군 통수권은 법적으로 윤 대통령게 있다’를 싣자고 국방일보 기자들을 압박했다. 국방일보 기자들의 반대로 ‘안보상 위협시 대통령 지시 받아야’란 기사가 실렸다. 국방일보 갈무리사이버증권



내란 사태 뒤 “국군통수권 윤 대통령에게 있다” 보도 시도
비상계엄 사태 엿새 뒤인 지난해 12월9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현재 국군 통수권은 법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전에 나온 지극히부동산절세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채 원장은 같은 날 오후 국방일보 책임자를 불러 국방일보 1면 머리기사로 국방부 대변인 답변을 다루고 ‘현재 국군 통수권은 법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문구를 큰 제목으로 뽑자고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간부가 “장병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반대하자, 채 원장은 거듭 기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긴급 편JYPENT. 주식
집회의를 열어 좀 더 고민하라고 지시했다.
국방일보 간부들은 긴급 편집회의를 열어 논의했으나 채 원장의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큰 제목으로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간부들은 채 원장을 고려해 1면 사이드 기사로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국회 국방위에서 답변한 내용을 정리해 ‘안보상 위협시 대통령 지시 받아야’라는 제목의 기사를바다이야기다운로드
배치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 국군 통수권이 있다는 내용을 우회적으로 담은 것이다.
하지만 채 원장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날인 12월10일 국방일보 책임자를 불러 자신과 코드를 맞추지 못하면 그만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부터 국방일보 지면 편집을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13일치 국방일보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채일 국방홍보원장의 지시로 크게 다뤘다. 애초 채일 원장은 이 지면보도보다 더 노골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사를 크게 게재하라고 지시했으나 국방일보 기자들의 반대로 기사 비중이 축소됐다. 국방일보 갈무리


“윤 대통령 대국민 담화” 지면 보도 지시 뒤 책임 회피
지난해 12월12일 윤 전 대통령이 게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변한 대국민 담화를 내자, 채 원장은 “국방일보 1면에서 3면까지 3개면에 걸쳐 담화문 전문을 싣고, 1면 머리기사 큰 제목으로 윤 전 대통령의 담화 내용 중 일부인 ‘군 병력 투입은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을 뽑으라”고 요구했다.
국방일보 편집회의에서는 채 원장의 요구대로 신문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채 원장의 방침이 워낙 확고했다. 결국 이날 국방일보는 담화문 전문을 싣는 대신 2면에 담화문을 요약해 싣고, 1면 머리기사의 작은 제목으로 채 원장이 지시한 내용을 담았다. 채 원장은 12월13일치 최종 편집 지면을 확인한 뒤 인쇄를 개시하도록 했다.
이튿날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국방일보를 본 뒤 “장병들이 보라고 신문을 이렇게 만든 것이냐”며 질책했고, 국방부 감사관실은 채 원장을 대면 조사했다. 채 원장은 조사에서 “대통령 담화 기자회견 등은 통상적인 국방일보의 대통령 보도 원칙을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자신의 직접 지시가 아닌 국방일보 자체 편집 방침을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다.
탄핵 국면 ‘윤 어게인’ 보도 강요
지난 3월7일 윤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되자 채 원장은 “지면에 이를 비중있게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일보 간부들이 반대 의견을 냈으나 묵살됐다. 3월9일치에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52일 만에 관저 복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3월18일 간부회의에서 채 원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설치는 게 싫다. 지가 뭔데 설치냐. (윤 전 대통령) 복귀 시점이 다됐는데”라며 최 대행의 시피(CP)탱고(한미연합군사령부 전시 지휘소) 방문 사실을 보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최 대행은 이날 CP탱고를 방문해 '자유의 방패’ 연습 상황을 점검하고 한미 장병들을 격려했다. 국방일보 편집회의는 국군 통수권자가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채 원장을 설득해 최소화된 형태로 지면에 보도했다.
민주당 의원 겨냥 북한 대변인 종북좌파 매도
채 원장은 취임 초부터 자신이 윤석열 정부 사람임을 밝히며 야당 비하 발언을 하고 부하 직원에게 사상검증성 발언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강요했다고 한다. 국장급(고위공무원 나급)인 국방홍보원장은 공무원이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채 원장은 지난해 2월6일 “6·25전쟁이 국지전 어쩌구 저쩌구 떠든 이재명을 한 면 할애한 국방일보”란 메시지를 부하 직원에게 보냈다. 국방일보가 여야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이 부대를 공식 방문하면 기사로 다뤄왔는데,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대 방문 기사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월3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6·25전쟁은 38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 대응을 질타한 바 있다.
지난해 가을 채 원장은 국방일보 간부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에서 국방홍보원 예산을 삭감한 김병주·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명해 종북좌파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만약 예산 감액이 추진되면 우리는 각오하고 종북좌파와 전쟁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북한 대변인'이라고도 불렀다. 지난해 10월20일 국방일보 간부가 북한 전투병 러시아 파병 공식 발표 관련 여야 반응을 모은 국방일보 기사를 카톡으로 보고하자 “민주당 반응은 의미 없는 소리인데 억지로 반영했군요.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회신했다.



한강 작가 기사를 쓰지 말라고 반복 지시해온 채일 국방홍보원장은 올해 1월10일 기획면 \'새해에도 K문학 열풍 계속된다\'는 책 소개 기사에 한강 작가가 언급되자 ‘나를 시험하느냐’며 국방일보 책임자를 질책했다고 한다. 국방일보 갈무리


한강 작가에 대한 깊은 불신, 집요하게 지워
채 원장은 세부적인 지면 편성에 관여하지 않았던 그동안 국방일보 업무 방식을 무시했다. 특히 그는 한강 작가에 대한 깊은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한강 작가 기사를 집요할 정도로 국방일보에서 지웠다.
2023년 11월 한강 작가가 제주 4·3을 그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뒤 국방일보가 인터뷰를 검토하자 ”5·18을 미화한 작품(소년이 온다)이 우리 장병들의 정신교육에 맞는지 고민해 보라”고 반대했다. 이후 국방일보는 한강 작가 인터뷰를 접었다. 지난해 국방일보 10월14일치 1개면에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기사가 게재되자, 채 원장은 자신에게 사전 보고없이 기사를 냈다며 간부회의에서 이를 질책했다.
채 원장은 지난해 12월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 기사에 대해 지난 10월 선정됐을 때 기사를 이미 다뤘으니 수상식 기사는 다시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국방일보 편집회의 메신저 대화방에는 "오늘 밤 한강 노벨상 수상은 기사 작성 말라고 원장 명확히 지시”라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이후 국회 국방위 등에서 국방일보가 한강 작가 기사를 배제한다고 문제 제기하자 채 원장은 국방일보 내에서 ‘한강 작가를 다루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올해 1월10일 기획면 '새해에도 K문학 열풍 계속된다'는 책 소개 기사에 포함된 한강 작가를 거론하며 ‘나를 시험하느냐’며 담당 간부를 질책했다고 한다. 기사를 쓴 문학 담당 기자는 취재팀에서 다른 팀으로 인사조처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