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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같은 비가 잠시 멈췄던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 1호선 수원역 광장 앞. 습한 기운을 뚫고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노숙인들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소지품이 담긴 짐을 짊어진 채 줄을 섰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대기줄 뒤편에서는 노숙인들을 위한 미용 봉사가 한창이었다. 봉사자의 가위질이 노숙인의 흐트러진 머리를 지나갈 때마다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되자 국민임대주택기금 차량 여러 대가 광장에 나타났다. 자원봉사자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상자를 들고 무료급식소 ‘정나눔터’로 향했다. 일렬로 늘어선 봉사자들은 ‘생명꾸러미’라고 적힌 봉투 속에 컵라면 초코파이 즉석밥 음료수 건빵 등 식료품을 넣기 시작했다. 봉투를 자세히 살펴보니 겉면에는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 말씀이 새겨 국민은행 중고차대출 져 있었다. 작은 봉투 안에는 먹거리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하신 예수님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준비가 끝나자 노숙인들이 하나둘 정나눔터로 들어섰다. 꾸러미를 받아든 이들의 얼굴에는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를 보는 듯했다. 아는 얼굴끼리 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는 곳도 눈길을 끌었다. 노숙인 A씨는 기자에게 “맛있어요. 경남소상공인지원센터 이거 덕에 오늘을 살아갑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다니엘선교교회(박갑도)에서 매주 주관하는 노숙인 선교 현장이다. 이날 모든 봉사를 마친 뒤에야 박갑도(56) 다니엘선교교회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늦게 만난 하나님, 거리로 이어지다


수협 자유적금“가정형편도 어려웠고 10대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그나마 하나님의 은혜로 1992년 대기업에 입사해 10년간 일할 수 있었죠.”

박 목사는 “대기업 입사가 하나님의 은혜란 사실을 그땐 잘 몰랐다”며 “저는 하나님을 늦게 만났다”고 회고했다.
교회 문턱을 처음 넘은 건 내생애 첫 주택자금대출 정치권에서 공천 제안을 받으면서였다. 그는 “표를 얻기 위해 교회를 나갔다. 순수하지 못했던 이유였다”고 말했다. 선거판에서 두 차례 낙선했지만, 대신 창업에 성공했다. 친환경 두피케어 화장품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기업을 성장시켰다.
인생이 바뀐 시기는 2015년이었다. 그는 “주님은 제게 두 가지 선물을 주셨는데, 첫 번째는 간경화와 종양이었다”면서 “암수치가 높아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가는 길목이었는데 제 마음 한편에 주님께서 ‘내가 너 고쳤다’라는 말씀이 다가왔다. 정말로 조직검사를 확인해보니 종양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선물은 기업의 계약 실패였다. 그는 “당시 중국의 국영기업을 상대로 2000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시 국제 안보 문제로 계약이 무산되면서 모든 재산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그때 ‘지금까지 너의 주인은 돈이었다. 이제 하나님을 따르라’는 명령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기업의 모든 것을 정리한 박 목사 부부는 선교지를 찾았다. 뜻밖에도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연고도 없던 이은태 다니엘선교센터 목사가 뉴질랜드에서 운영하던 신학교로부터 부부를 특별선교장학생으로 선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학교에서 ‘거리 사역’의 본질을 배웠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한국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영등포역에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와 김밥 150줄을 밤새 싸서 노숙인분들에게 나눠드렸어요. 배고픈 분들 밥 한 끼에 주님의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노숙인을 위한 교회는 있다


교회 사역은 현재 수원역까지 확장돼 월요일에는 수원역에서, 목요일에는 영등포역에서 노숙인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 노숙자 사역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박 목사는 이같이 답했다.

“예수님이 2000여년 전 이 땅에 오셔서 펼친 사역은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먹이고 입히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셨듯이 교회는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섬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선교교회 예배 역시 노숙인과 함께한다. 교회는 미용 봉사, 무료 옷 제공, 식사 봉사 등을 제공한다. 길거리 사역 덕분에 노숙인들의 발걸음이 교회로 매주 이어진다. 토요일엔 200명, 주일엔 100명이 예배하는데, 그중 30% 이상이 거리 노숙인이다.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면서 노숙인 성도들의 삶에 작은 변화가 잇따랐다.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방치되었던 이들이 예배당 청소를 한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연락하며 거리의 삶을 정돈할 정도로 회복한 이들도 나왔다.
박 목사는 “교회에 오는 분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천국에 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저희 교회를 통해 일반 성도들도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는 주님의 마음을 배우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수원=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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