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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지난달 매출이 작년보다 20% 떨어졌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봄에도 장사가 안됐는데, 장마까지 온다니 걱정입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A편의점에는 거울을 보는 손님 한명이 전부였다. 12평 남짓한 내부를 채우는 음악이 공허하게 들렸다. 거리도 썰렁했다.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햇살에 인근 먹자골목을 오가는 행인조차 없었다.
A편의점 점주인 박모 씨는 “봄에는 석촌호수의 벚꽃 특수를 기대했는데, 주말마다 비와 눈이 와서 이틀 정도만 손님이 많았다”면서 “소비 위축으로 저녁에도 손님이 없는데, 장마로 비까지 오면 영국모기지 발길이 더 끊길 것 같다”고 푸념했다.
편의점 업계가 변덕스러운 날씨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온 변동폭은 197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큰 일교차와 궂은 날씨로 봄 나들이객은 급감했다. 편의점은 여름을 앞두고 음료와 빙과로 성수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제 이른 장마가 변수로 떠올랐다.
학비박 씨는 “불경기로 저녁 술자리가 줄어든 것도 매출 하락의 원인”이라며 “매출 회복을 기대할 특수가 없다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B편의점 앞에는 배달 기사 5명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점포에는 점주 신모 씨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 씨는 “주변 회사에서 오는 단골손님으로 근근 간편대출 이 버티고 있다”며 “편의점 특성상 여름 매출이 평소보다 20~30% 더 나와야 하는데, 비가 오면 무조건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나들이 성지’로 꼽히는 잠실 한강공원도 썰렁했다. GS25 20여 곳의 3~5월 아이스크림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5%에 불과했다. 음료 매출은 4.0% 늘었다. 전체 음료 매출이 10.1 채권원리금상환 %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 씨는 “3~4월보다 5월 매출이 조금 늘긴 했지만, 작년보다 적은 편”이라며 “장마 이후 8월부터 판매 실적이 오른다고 해도, 연간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2일 방문한 서 연봉 식대 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 거리. 오후 시간이었지만, 행인이 없어 썰렁하다. 정석준 기자


편의점 업계의 어려움은 지표로 확인된다. 1분기 BGF리테일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7% 감소한 22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문(GS25)은 34.6% 감소한 172억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40억원으로 3년째 적자에 빠져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산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GS25가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1분기 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BGF리테일 역시 같은 기간 3% 줄었다. 객수 감소 폭이 매출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점포도 계속 줄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사업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4월 편의점 점포는 4만8480개로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첫 감소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서도 1분기 편의점 사업자는 2018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업계를 강타한 두바이 초콜릿처럼 ‘히트 상품’이 없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업계는 꾸준히 새로운 디저트를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소비 침체가 본격화한 배경도 있지만, 연초부터 날씨와 소비 위축이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하반기 영업 전략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무더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정에서 주류를 주로 사는 곳은 편의점이 37.7%로 가장 높았다. CU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을 내놓거나 GS25가 ‘선양 오크’ 소주를 출시한 것도 주류 수요를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도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재난지원금이 단기적으로 유통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편의점이 사용처로 포함되면 담배 등 비필수재 소비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