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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실험용 비글 10여 마리를 한 달여간 위탁받은 뒤 실험 기관으로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유실·유기동물의 구조와 입양을 위해 운영되는 보호소가 '실험동물 위탁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보호소와 실험동물 관리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0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와 군산의 한 보호센터에 따르면 보호소는 연계 동물병원 운영자가 소유한 실험 비글들을 지난 2022년 6월 한 달여간 맡아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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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호센터는 최근 유기견들에게 실험에 쓰였던 돼지 사체를 먹여 경찰에 고발된 곳이다. 연계 동물병원 운영자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도 운영하는데 해당 보호센터 유기견에게 실험에 쓰인 돼지 사체를 공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정읍시 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을 치료해 입양 보낸다고 데려와 안락사 시킨 뒤 카데바(해부 실습용 생애첫주택 취득세 사체)로 사용한 의혹(본보 9월8일 보도)이 제기된 바 있다.



전북 군산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한 달간 관리되던 실험 비글들의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보호소 복수의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연계 동물병원이 바로바로론 100만원 실험 비글들을 맡겨 관리했던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한 보호소 관계자는 "법적인 것은 모르고, 연계 병원이 공사 기간 개들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와서 거절할 수 없어 맡아준 것으로 안다"며 "사료 등은 제공받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개들은 다른 유기동물들과는 별도의 공간에서 관리됐다. 다만 개들이 설사를 하거나 심하게 말라 있는 등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가 실험 비글들을 한 대학의 연구실에 수년간 맡겼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동물병원 건물에 견사를 짓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또 개발사가 실험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연구실에 있을 당시 목격한 비글들의 상태는 처참했다"며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르거나 혈변으로 바닥에 피가 흥건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가 한 대학의 연구실에 맡긴 당시 실험 비글의 모습. 혈변으로 바닥이 피에 젖어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단체는 또 실험동물은 엄격한 관리하에 격리·사육되어야 함에도 이를 일반 동물 및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시설로 무단 반출한 것은 실험동물의 안전 관리에 관한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의 법률 대리를 맡은 권유림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는 "개발사는 동물실험시설 운영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했다"며 "유기동물 보호센터와 실험동물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방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앞서 이달 9일 개발사와 보호센터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익산 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