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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삭삭삭….” 칠흑같이 어두운 밤, 깊은 숲속 외떨어진 초가집에서 자던 인공(변재신)은 화장실에 가다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무언가를 날카롭게 가는 듯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오는 방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엿보니, 나무젓가락으로 짜장면 포장 비닐랩을 긁어대는 집주인이다. 귀신을 본다는 ‘자연인’을 찾아 차도, 전기도 못 들어오는 이곳까지 찾아온 유튜버 인공은 망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귀신인 줄 알고 놀라 낫을 휘둘렀는데 등산객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자연인(신운섭)에게 의문을 제기할 용기는 나지 않는다.
20일 개봉한 ‘더(THE) 자연인’은 소름 돋는 순간 웃음이 터지고주식실패
, 안도하는 순간 아연 긴장케 하는 예측 불가 미스터리 영화다. 인공은 좀처럼 늘지 않는 구독자 수를 늘리고자 친구 병진(정용훈)을 끌고 제보를 한 자연인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가 내놓는 정체불명의 식단과 황당한 행동이 영 께름직하다. 철저하게 고립된 환경에서 그의 머릿속은 어이없음과 짜증, 두려움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더 자연인’은 투바다이야기 사이트
박하고 때론 촌스럽지만, 틀에 갇힌 상업영화엔 없는 발랄함과 예상을 뛰어넘는 에너지로 가득하다. 2023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 ‘더 자연인’의 노영석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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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디트에서 감독, 각본, 미술, 조명, 음악, 의상, 사운드믹싱 등에다 배역 ‘목욕하는 란희’까지 모두 13번 등장하는 이름은 노영석. 2008년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혜성 같이 등장했던 ‘낮술’의 노영석 감독이다. ‘조난자들’(2013)에 이은 세번째 장편 영화를 제작비 3천만원의 ‘3D관련주
원맨 시네마’로 만든 건 현실적 제약에 보태진 그의 오기였다.
“처음부터 혼자 만들려던 건 아니었어요. 투자사에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낮은 점수를 주면서 ‘코로 소리를 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말이 되냐’는 코멘트를 남겼더라고요. 영화가 말이 되는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화가 치밀었죠.”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증권사거래수수료
노 감독은 “그때 느낀 분노가 ‘두고 봐라. 내가 혼자 완성하고 만다’라는, 더 달릴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모든 촬영 과정은 물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실력으로 후반 컴퓨터그래픽과 캘리그래피까지, 배우 연기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직접 해냈다.
노 감독은 헬스장에서 무심코 ‘나는 자연인이다’(MBN) 재방송을 보다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계절에 맞지 않은 일을 하는 게 좀 이상했는데, 깊은 산속에서 몇명 안 되는 제작진이 의문을 제기하기엔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처구니없고 웃기면서도 두려움이 엄습하는 상황극이라는 아이디어가 가짜도 진짜로 만들어내는 유튜브 문화를 만나 영화의 마지막 반전으로 이어졌다.



영화 ‘더 자연인’. 스톤워크 제공


인공과 병진을 연기한 두 신인 배우는 ‘더 자연인’이 장편 연기 데뷔작이다. 무섭지만 은근 따뜻하고, 주책없으면서도 때로 듬직한 ‘츤데레’ 자연인과 소복 입고 산에 오는 란희는 ‘낮술’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신운섭 배우 겸 제작자·이란희 배우 겸 감독 부부가 맡았다. 오랜 공백을 깨고 ‘더 자연인’으로 “나 여기 아직 살아있다”는 생존 신고를 마친 노 감독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소년들의 성장담인 미국 영화 ‘스탠 바이 미’(1986)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결을 담은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