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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동료교사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학생들도 존경하는 선생님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더는 잃고 싶지 않다는 우리의 절규 섞인 목소리가 아직도 세상에 가닿지 못한 것 같아 너무나 애통합니다."
학생 가족으로부터 두 달 넘게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세상을 떠난 제주시 모 중학교 교사를 기리는 추모제가 30일 오후 6시 제주도교육청 본청 앞마당에서 열렸다. 자리에 모인 수많은 교사들은, 더 이상의 죽음이 없도록 실질적인 교권 보호 대책을 교육부와 제주교육청이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휴대폰요금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추모제는 제주교총, 전교조 제주지부, 제주교사노동조합,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제주지역 6개 교직단체가 공동주최했다. 6개 교직단체 뿐만 아니라 피스모모, 제주대학교민주동문회, 제주제일중학교,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평화민주인권교육인, 전북혁신교육네트워크와 개 닭 인들이 추모제에 힘을 보탰다. 평소 주차장으로 사용해온 행사장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교복을 입은 채 참여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추모제 현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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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묵념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의 묵념 ⓒ제주의소리


제주시 모 중학교에 재직 중이던 과학교사 A씨는 지난 22일 학교 내 창 대출이자싼곳 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지난 3월5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자신이 맡은 반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무단결석과 흡연 문제로 해당 학생을 생활지도한 뒤, 학생 가족으로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게는 하루 열 차례에 달하는 항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모제는 추모 공연,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 영상 상영 회생신청 , 추모사, 마음 모으기,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 공연은 무용가 박연술이 살풀이춤으로 고인의 넋을 위무했고, 전국교사노래모임은 도종환 시인의 시 '어릴 때 내 꿈은'을 노래로 부르며 고인과 추모식에 모인 모든 교사들을 위로했다. 고인이 생전 학교에서 제자들과 함께 한 모습이 영상으로 등장하자 곳곳에서 눈가를 훔쳤다.
"안전하게 교육할 권리 보장하라!""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실질적 민원 대응 방안 마련하라!""교사의 실질적 보호대책 마련하라!"

참가자들은 구호에 맞춰 준비한 피켓을 힘차게 들었다. 고인을 기억하는 동료 교사, 제자, 유가족 그리고 추모제를 마련한 교직단체들은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무엇보다 교육부와 제주교육청이 제대로 된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인의 생전 영상 ⓒ제주의소리





눈물을 흘리는 추모제 참가자 ⓒ제주의소리





교복을 입고 추모제에 참여한 학생들 ⓒ제주의소리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박연술 무용가의 살풀이춤 ⓒ제주의소리


고인과 20년 간 함께 근무한 동료 교사 안현하 씨는 "선생님에게 '힘들거나 도와줄 일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면서 '제가 다 할 수 있다'고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하던 모습에 '잘하고 있나 보다' 생각하면서 지나가 버린 시간이 너무 후회된다"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 힘듦과 아픔과 상처에 고인 눈물을 미리 나누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명복을 빌었다.
지난해 고인의 학교에서 학생회장을 지낸 80회 졸업생 현지호 군은 "주말에도 임원들과 학교에서 회의하거나 학생회 업무를 할 때면 교무실에는 언제나 선생님이 계셨다"며 "때로 저희가 선을 넘는 장난을 해도 너그러움과 재치로 받아주시며 늘 인자한 모습으로 다가오셨다. 무엇보다, 선생님은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며 저희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고 더 이상 세상에 없는 스승을 기억했다.

현지호 군은 "선생님은 OO중학교 학생들 모두의 인생의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사랑과 헌신, 정의로움과 온기를 잊지 않고 이어받아 앞으로 저희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고인과 20년 간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교사 안현하 씨 ⓒ제주의소리





고인의 제자인, 80회 졸업생 현지호 군 ⓒ제주의소리


유가족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고인의 아내 오빠는 "저희 유족들은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모든 사정들을 밝히고 선생님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면서, 어린 자녀들과 남은 유족들이 위안 삼을 수 있도록 순직 인정과 그에 따른 처벌이 있을 수 있도록 사회가 많이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공존 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교육청 한 쪽에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비를 세워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선생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더 나은 교육 환경과 존중의 문화가 반드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선생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늘의 이별이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선생님의 아름다운 가르침과 따뜻한 마음은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입니다."- 제주교총 부대변인 노동진
"우리 곁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파하는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연대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더 이상 이런 비보를 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존중받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손승표

"우리는 요구하겠습니다. 갈등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학교 공동체의 복원을, 수업에서 생활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회복적 삶의 지원을. 함께 성장하는 학교문화가 더는 말뿐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누구도 외롭게 쓰러지지 않도록. 당신의 삶이, 당신의 아픔이 바로 이 변화를 이끌 힘이 되게 하겠습니다."
- 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추모제를 공동주최한 6개 교직단체들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각종 지침은 쏟아지고, 민원은 더 버거워졌습니다. 민원 대응팀도 종이 위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러다 또 한 분이 우리 곁을 떠난 것입니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가 필요합니다."-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실장 한민호
"선생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6월에 학교민원처리 계획에 대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적용되지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또 허울뿐인 문서만 만들어질 것입니다."- 좋은교사운동 제주모임 유홍열
"고통의 순간에도 한 명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 헌신하신 선생님의 열정이 인정받고 존중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남은 우리가 선생님의 동료들과 제자들이 반드시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제주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 김수연
추모사를 전한 김광수 교육감은 최종 책임자로서 연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광수 교육감이 발언하는 동안 "사과하세요!"라는 항의도 나왔다. 
김광수 교육감은 "또다시 학교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면서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다시 재정비해 선생님들이 체감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 오늘 추모제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교권 회복에 대한 호소는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런 안타까운 일로 가슴 아파하는 후배들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도사 중인 김광수 교육감 ⓒ제주의소리





노래를 함께 부르며 고인을 기억하는 순서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