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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고 싶던 책이었다. 줄곧 컴퓨터의 검색 목록을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크지만, 도서관을 들락거린 지 십수 년이 지난 달포 전에야 우연히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소설 속 주인공은 바로 고(故) 박수근 화백이다. 소설가 박완서와 박수근 화백이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불우했던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짧은 시간(1년 미만이었다고 함) 동안 막 수복된 서울 명동의 미8군 px 초상화팀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다. 주인공은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 옥희도와 영어로 미군에게 초상화를 주문받는 이경(李炅, 외자 이름이라 ‘경아’라고 부름)이다. 비록 말릴게임다빈치
수 뜸뜸하고 축 처진 어깨로 헛가게 걷어낸 빈 말뚝처럼 헛헛한 모습으로 미군의 초상화를 그리며 고통스러운 피난살이를 꾸려나가지만, 옥희도는 순수한 예술정신을 버리지 않은,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견지해 나가는 화가이다. 소설을 쓴 박완서는 ‘지극히 예술가답지 않은 한 예술가의 모습’으로 당시의 박수근 화백을 묘사했다. 그러나 이것은 박 화백의 현명함을 강조하는대림통상 주식
역설적인 의미이다. 1·4후퇴 직후의 암담했던 서울에서 ‘미치지도, 환장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고, 화필도 놓지 않고, 게다가 가족의 부양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겨웠겠는가. “화실에 불이 난다면 먼저 할 일은 고양이를 구해내는 일”이라고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도 말하지 않았던가. 데즈먼드 모리스도 “종교는 불신 속에서 믿음을 끌어내는 인터넷야마토
것이고, 예술은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밥이 된다 싶으면 아귀다툼으로 덤비고 냉갈령(쌀쌀한 태도)이 서릿발 같은 전시 상황에서 느닷없이 삶의 근거지인 고향을 잃고 서울로 떠밀려온 화가의 선택은 많을 수 없다.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부표처럼 정박할 곳을 찾아 떠도는 예술가로서는 삶이 우선이요, 예술은 부차적일 수밖에 장기펀드추천
없는 것이다. 그래서 초상화 그리는 일로 연명하는 옥희도가 이경(경아)에게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난 오랫동안 그림을 못 그렸어. 너무 오랫동안……, 아직도 내가 화가인지 궁금할 만큼 오랫동안. 나는 내가 사람이 아니란 것보다 화가가 아닌 것이 더 두려워. 화가가 아닌 난 무엇일 수 있을까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어. 며칠 동안만 내가 화가일 수 있게카카오릴게임
해줘.” “그렇게 화가이고 싶으세요?”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어. 미치도록 그리고 싶어. 정진과 몰두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 어디로 가 보아도 살기 어렵다고 깨달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그려지는 게 세상살이의 이치라고 하더니! 며칠 동안이지만 옥희도는 초상화 벌이를 포기하고 작품을 제작한다. 그 작품을 이경이 본다. “나는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나무를 보았다. 섬뜩한 느낌이었다. 거의 무채색의 불투명한 부연 화면에 꽃도 잎도 열매도 없는 참담한 모습의 고목이 서 있었다. 그뿐이었다.” 옥희도를 연모하는 스무 살 안팎의 치기에 덧보태 이경은 질투심으로 대담하고 무례하게 화가의 부인에게 쏘아붙인다. “당신 남편의 그림에 빛과 빛깔의 빈곤, 삶의 기쁨에의 기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옥이야 금이야 키운 두 오빠가 집에 떨어진 포탄에 의해 허망하게 죽고 그 영향으로 외틀어진 어머니와의 관계 탓일까. 이경의 심지는 고개를 딱지 속에 처넣은 달팽이의 시계(視界)만큼이나 어둡고 협소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억측이었음을 소설 말미에 깨닫는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이경은 옥희도의 회고전에 가서 화가가 그리고 있었던 나무가 ‘괴물 같은’ 고목(枯木)이 아니라 나목(裸木)이었음을 알게 된다. ‘죽은, 죽어가는’ 나무가 아니라 ‘봄의 향기, 믿음’을 간직한 생명이 깃든 나무라는 사실을. 또한 홀연히 깨닫는다. 옥희도 화가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 그 시절을 그와 우리 민족이 바로 저 나목처럼 살았음을. 안간힘도 힘이었다는 바로 그 사실을! 이광택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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