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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미국 쪽으로 끌어당겨 중국으로부터 떼어낸 뒤 중국에 대한 압박에 집중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중 양쪽에 추파를 던지며 ‘양다리 걸치기’를 하는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북·중·러 삼각연대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추축국(Axis) 연대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지금 대한민국 안보에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북·중·러 연대
러시아 전승절(5월 9일) 기념식을 계기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은 미국의 기대와 달리 중·러 유대가 여전히 끈끈함을 과시했다. 중·러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우회한 일방야마토2다운로드
적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중·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껏 고무된 북한의 김정은도 조만간 푸틴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러시아 파병을 통해 ‘혈맹’으로 발전한 양ISC 주식
국 관계를 뽐낼 태세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북한·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의 고립과 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내용을 담았다. 논란 끝에 2차 탄핵소추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지긴 했지만, 6·3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넥스지 주식
한국 외교가 한·미·일 중심에서 북·중·러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상변경 의지
북·중·러 연대를 평가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이·일 간의 추축국 연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질서에 ‘감히’ 도전하려면 첫째, ‘현상변경’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1차 세계대전 패최신게임
배로 베르사유조약을 통해 영토를 상실하고 엄청난 배상금을 물게 된 독일은 분노와 좌절의 시기를 보낸 끝에 1933년 선거에서 베르사유조약 무효를 선언한 히틀러를 지도자로 선택했다. 열강들의 식민지 경쟁에서 뒤처진 이탈리아는 독일에 편승해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중국을 관통하는 대륙 진출과 프랑스 치하의 인도차이나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 역시 독일 편에 섰다동양고속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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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중·러의 현상변경 의지도 강하다. 러시아는 유라시아의 현상변경을 강력히 원한다. 러시아의 민족주의는 구소련 영토 회복주의에 바탕을 둔다. 벨라루스를 사실상 속국으로 만들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다음은 발트 3국이 될 수 있다. 중국 시진핑의 ‘중국몽’은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지만, 그 기저에는 서구 열강에 당한 역사적 굴욕, 특히 아편전쟁 이후 치욕적 경험에 대한 앙갚음이 자리하고 있다. 3대 세습 정권의 안보를 위해 핵을 개발해 온 북한은 핵도 갖고 미국과의 관계도 정상화하는 현상변경이 목표다.



◇동맹 결속
둘째, 기존 질서에 도전하려면 군사동맹에 기초한 결속력이 있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전에 독·이·일은 동맹조약으로 단단히 옭아맸다. 1936년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밀라노에서 로마-베를린 추축을 선언했다. 1931년 만주를 점령한 일본은 1936년 독일과 반공협정을 체결한 후 1937년 중국 공산당과의 전면전으로 나아갔다. 세 나라의 결속은 1939년 독일·이탈리아 간 군사동맹인 강철조약과 1940년 독·이·일의 삼국동맹조약 체결로 절정에 이르렀다.
북·중·러 관계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동맹 관계가 아니라 전략 파트너다. 북·중 관계는 중국이 북한에 경제와 에너지를 지원하고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함으로써 중국에 전략적 이득을 주는 동맹관계다. 북·러 관계 역시 북한이 러시아에 유사시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전략무기 기술을 줄 수 있는 동맹관계다.
그런데 북·중·러 관계를 주도하는 중국은 북·러 관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흔드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러시아와 공유할 생각이 없다. 따라서 북·중·러 삼각관계는 중·러 관계가 동맹이 아닌 상태에서 북한이 중·러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독일이 이탈리아를 확실히 통제하고 일본은 독일의 리더십을 존중하는 추축국 관계보다 결속력이 떨어진다.
◇군사력
셋째는,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군사력이 필수적이다. 2차 대전 이전 독일의 군사력은 가히 세계 최강이었다. 2차 대전 이전 9년 동안 추축국 의 군비 지출은 연합국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1935년 독일의 군사비(16억700만 달러)는 영국(6억4600만 달러)과 프랑스(8억6700만 달러)를 합친 규모(15억13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까지 지속됐다.
1938년 독일·이탈리아·일본 추축국의 군비 합계(99억100만 달러)는 소련·영국·프랑스의 군비 합계(82억1100만 달러)보다 많았다.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의 군비가 기득권 세력의 군비를 능가했기에 보다 나은 무기와 병력으로 기존 질서에 도전할 수 있었다.
2023년 북·중·러의 국방비 총액은 3230억 달러로 한·미·일의 9500억 달러를 크게 밑돈다. 중국의 실질 국방비를 공식 국방비의 두 배로 쳐도 북·중·러의 국방비(5480억 달러)는 한·미·일의 58% 정도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북·중·러 3개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미·일 중엔 미국만 핵보유국이란 점이다.
◇전략적 중심축
결론적으로 현재 북·중·러 연대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이·일 추축국 연대와 견줄 정도는 아니다. 현상변경 의지, 동맹 결속력, 군사력 모두 추축국 수준을 밑돈다. 그러나 빠르게 진화 중이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한·미·일을 위협하는 한, 한국의 전략적 중심축은 한·미·일 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미·중 전략경쟁이 향후 30년 이상 지속될진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중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하는 것은 사실상 중국 편을 드는 것이다.
한국이 군사·안보 차원에서 주변 4국 모두와 잘 지내겠다는 것은, 한·미·일에 의한 기존 질서 유지도 좋고 북·중·러에 의한 현존 질서 타파도 좋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양 진영 모두로부터 배척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외교가 아니다.
고려대 경제기술안보연구원장,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 용어 설명
‘현상변경’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온 국제질서를 무력으로 바꾸는 것. 존 미어샤이머도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신흥 강대국에 의한 현상변경 기도의 위험성을 기술.
‘추축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군사동맹으로 연합국에 대항해 싸운 나라들. 로마-베를린 추축으로 시작해 로마-베를린-도쿄 추축으로 발전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이 가맹국.
■ 세줄 요약
북·중·러 연대: 6·3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한국 외교가 한·미·일에서 북·중·러로 선회할 가능성. 민주당 내에 윤석열 정부가 북·중·러와의 관계를 악화하고 동북아에서 전쟁 가능성을 높였다는 생각이 만연하기 때문.
추축국 연대와 비교: 지금의 북·중·러 연대는 과거 독·이·일 추축국 연대와 견줄 정도는 아님. 현상변경 의지, 동맹 결속력, 군사력 모두 추축국 수준 밑돌아. 그러나 북·중·러 모두 핵을 보유 중이고 연대가 빠르게 진화.
전략적 중심축: 북이 중·러를 뒷배로 한·미·일을 위협하는 한, 한국의 전략적 중심축은 한·미·일 연대가 돼야. 한국이 한·미·일에 의한 현상유지도, 북·중·러에 의한 현상변경도 다 좋다는 태도는 실용외교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