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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와 주 52시간제, 한국판 엔비디아 등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잇따라 화두를 던지며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여권은 물론 당내 비명(비 이재명 대표)계 대권 주자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이슈를 선점해 정치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굳건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슈를 따라가며 비판하는 건 이 대표를 도와주는 셈이라며 이 대표를 견제하려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기보다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개인월변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 종료 직전 자신의 '한국판 엔비디아 지분 투자론'과 관련 "(국민의힘은) 뒤에서 흉 보지 말고 한 자리에 모여서 토론하자"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민주연구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에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고 가정하자. (회사의 지분 중) 국민의 지분이 30%이고 70%는 용암천 민간(기업)이 가진다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여권에선 "기업 성장 동력인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인 아이디어"(오세훈 서울시장) "소유부터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회주의적 접근"(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lh주택공사 지난달 15일에는 이 대표가 SNS를 통해 "상속세 개편, 어떤 게 맞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슈몰이에 나섰다. 이 대표는 해당 글에서 "민주당: 일괄공제 5억, 배우자공제 5억을 각각 8억, 10억으로 증액(18억까지 면세)"라며 "국민의힘: 최고세율 인하 고집"이라고 적었다. 다음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말하는 실용주의란 자신에게 비교표 유리하면 언제든 말을 바꾸는 실언주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반도체 R&D(연구개발) 분야 고소득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방안과 관련 국민의힘과 공방을 벌이다 지난달 27일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소기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한국경제인협회 민생경제간담회'에 참석해 류진 한경협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이슈 선점 전략을 두고 이 대표가 장기간 지속해온 '강자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지지율이 받쳐 주지 않는 정치인이 이슈를 던지는 전략을 하면 먹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 전략은) 강자의 전략이자 강자의 설움"이라며 "다른 인사들도 이 대표를 때려야 클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그 때까지 이같은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소위 말해 이슈를 던진다. 그럴 때마다 (다른 인사들은) 반론을 제기한다"며 "비판은 당 안에서도 있었고 바깥에서 주로 많았는데 이같은 흐름이 벌써 몇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2월에는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최문순 강원지사 등 여권의 잠룡들이 일제히 '이재명표 기본소득'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당시 변방에 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오히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부각되는 기회를 얻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이 대표가 선점한 이슈에 대한 여권의 반대 목소리가 이 대표에겐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이 대표 측은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AI(인공지능) 산업 논쟁이야말로 민주당이 유리하다. 정부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다수의 전문가와 기업이 말한다"며 "국민의힘의 묻지마 반대가 우리에게 더 없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친명(친 이재명 대표)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반응이 없으면 문제인데 (국민의힘이) 쟁점화해주니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정치에서 '안티테제'(반대 명제)는 '테제'(명제)를 이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이 대표에게) '현실 가능성이 없다' '포퓰리즘이다'라고 하는데 공통점은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비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그러나 어디로 가자는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반대에) 감동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자는 사람'과 '안 된다는 사람'이 경쟁하면 하자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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