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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영화관은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다?
침체한 영화·극장 산업의 여파로 관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의 짧은 동영상(숏폼) 등이 콘텐츠의 대세가 되면서 관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불러 모으기 위해 영화관이 변신하고 있다.
본업인 영화 상영 외에 가수의 공연 실황, 스포츠 경기 중계까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다양해졌다. 뮤직비디오 공개 행사나 앨범 청음회를 열기도 한다.
흘러간 옛 영화 재개봉도 부쩍 늘었고 아예 극장 자동차담보대출은행 측이 기업과 함께 손잡고 광고성 영화를 찍어 상영하기도 한다.
영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살펴봤다.



[CGV 아이스콘 공식 SNS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N차 관 약정기간 람 부르는 공연 실황 상영은 기본…숏폼 영화도 성황
지난달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4천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했다. 관객 수도 4천25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멀티플렉스 1위 사업자인 CJ CGV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 은행중고차대출 이익이 17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 대비 92.3% 감소한 규모다.
1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29.5% 줄어든 3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가 문화예술 소비 진작을 위해 영화관 입장권 할인 쿠폰을 발행했으나 근본적으로 유의미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서 극장들은 영화 분야의 매출 침체를 메우기 위해 인기 가수의 공연 실황 상영 등 영화 외 콘텐츠를 확대하는 추세다.
CJ CGV는 올해 들어 이른바 '아티스트 콘텐츠'(공연 실황물. 스포츠 경기는 제외)를 67편 상영했다. 지난해 전체 아티스트 콘텐츠 상영물이 74편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아티스트 콘텐츠 수는 작년보다 많아질 전망 여름생활의지혜 이다.
CJ CGV 관계자는 "요즘은 가수들이 공연할 때 당연히 실황 제작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인 만큼 아티스트 콘텐츠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수 공연 실황의 경우 똑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른바 'N차 관람' 관객이 많다.
예컨대 지난해 CJ CGV에서 단독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는 하루 4, 5차례 관람하는 관객도 많았다. 이에 힘입어 CJ CGV는 이 영화로만 관객 35만명에 매출 100억여원을 달성했다.



다큐멘터리 필름 '처음 듣는 광복' 포스터 [CG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뮤직비디오도 극장에서 상영한다. 상영시간이 짧은 만큼 티켓 가격도 저렴하다.
CJ CGV가 이달 2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점과 왕십리점, 영등포점 등에서 개최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5집 발매 기념 뮤직비디오 상영회가 대표적이다.
신곡 '우리들의 순간'과 '어쩌면 너는 이렇게도' 뮤직비디오 2편을 상영한 이 행사의 러닝타임은 13분이었다. 시간이 짧은 만큼 입장료는 일반 영화표 값의 5분의 1 수준인 3천원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자율감각 쾌락반응(ASMR) 콘텐츠를 15분간 체험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극장 측이 기업과 손잡고 직접 숏폼 형태 콘텐츠를 만들어 상영하기도 한다.
CJ CGV가 지난해 6월 현대차와 협업해 선보인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스토리를 담은 13분짜리 단편영화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이 영화는 입장료 1천원을 받아 4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자 CGV는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했다. 지난 3월에는 대명소노그룹과 공동 제작한 '3일'(상영시간 27분)을, 이달 17일에는 HL그룹과 함께 만든 '빌리브'(37분)를 각각 선보였다.
올해 8월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빙그레와 함께 1945년 광복의 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88분 15초짜리 다큐멘터리 '처음 듣는 광복'을 15개 극장에서 상영했다.
영화관이 영화 외의 콘텐츠에 공들이는 이유는 이를 매개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영화관에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CGV에 따르면 '밤낚시'를 관람하면서 한편 이상의 다른 영화를 함께 본 관객 비율은 19%로 파악됐다. 밤낚시 관람객 5명 중 1명은 다른 영화도 봤다는 얘기다.
CGV 관계자는 "지난 8월 임영웅 2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개최한 청음회는 전국 50여개 극장 좌석이 거의 다 팔렸다. 이런 콘텐츠를 보러 오는 이들은 50~70대가 많은데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이 연령대가 극장에 다시 발걸음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가 4K 리마스터링해 재개봉한 '대부' 포스터 [롯데시네마 공식 SNS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재개봉도 확대…방탈출 게임 체험장·식당도 들어서
특정 배우나 감독 등의 작품을 한데 묶어 소개하는 기획전이나 과거 영화를 디지털 기술로 손봐 더 선명한 화질과 음질로 선보이는 재개봉 영화 상영도 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올해 들어 재개봉작 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보석발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명작 재상영 기획전을 시작한 롯데시네마는 올해 상영 편수를 작년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
지난해 재개봉한 작품은 9편이었으나 올해는 이달까지 18편을 상영했다.
연말까지 추가 상영 계획도 있어 올해 상영작은 20편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만 'ET', '로마의 휴일', '죠스', '셔터아일랜드', '대부' 등이 극장에 걸렸다.
지난 4월 홍콩 배우 장궈룽(장국영)의 22주기를 맞아 '패왕별희' 확장판 등을 상영했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재개봉작 수는 더 많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신작 개봉 편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면서 "젊은층은 고전 영화를 신작처럼 느껴 관심을 갖는 부분도 있는 만큼 다시 봐도 좋은 명작의 화질과 음질을 개선해 이벤트성으로 다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상영관을 일부 리모델링해 체험형 전시공간 등으로 바꾸기도 한다.
롯데시네마는 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의 상영관 한 곳을 연극 같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중소형 공연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앞서 6월에는 합정점에 체험형 전시공간인 '랜덤스퀘어 갤러리'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홍대점에 방탈출 게임 같은 몰입형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인 '라이브시네마'를 선보였다.
CGV는 영화관과 고급 레스토랑을 결합한 '시네드쉐프'를 압구정점과 용산점, 센텀시티점 등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영화 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극장에 가면 흔히 먹는 팝콘이나 음료 메뉴를 특화해 영화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내놓기도 한다. 최근에는 디저트 브랜드인 요아정과 손잡고 요거트 팝콘과 블루베리 요거트라떼를 출시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이런 다양한 시도에 대해 "당장 입장권을 팔아 이익을 얻는 구조를 기대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극장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한 번이라도 더 오도록 유도해 다양한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것"이라면서 "극장에서 식사도 하고, 광고를 보는 것도 직간접적인 수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궈룽이 출연한 '패왕별희'의 한 장면 [롯데시네마 공식 SNS 계정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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