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벤자민 프랭클린, 1789년 11월 13일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이 유명한 격언은 200년 넘게 미국 사회를 지탱해 온 불문율이다.
미국에서 국세청(IRS)은 그야말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살인 혐의는 교묘히 피해 갔지만, 탈세 혐의로 IRS에 덜미를 잡혀 끝내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감된 일화는 유명하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마지막 한푼까지 징수한다’는 IRS 공권력은 미국 재정 시스템을 담보하는 보루였다.



지난 8월 미 국세청(IRS) 소속 요원이 국경 순찰대 요원 도움을 받아 한 남성에게 수갑을 채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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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랜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저승사자’로 불리던 IRS가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톰슨로이터 법률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1990년대 이후 미국 연방 법원 형사 사건 기록을 전 메이저릴게임사이트 수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연방 검찰이 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인원은 고작 251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급감한 수치다. 기록을 집계한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는 전문가를 인용해 “보통 정권 교체기에 일시적으로 행정이 지연되지만, 이 정도 감소 폭은 자연적 조정 범위를 넘어선 구조적인 붕괴 모바일릴게임 를 의미한다”며 “과거 연평균 세법 위반 범죄 기소 건수와 비교하면 사실상 수사 기능이 마비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D.C. 국세청(IRS) 건물. /연합뉴스


기소 건수만 줄어든 게 아니다. 수 황금성게임랜드 사를 담당하고, 사건을 검토하는 인력들이 대거 현장을 떠났다. IRS는 세금 관련 범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미 법무부(DoJ) 조세국(tax division)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IRS가 세금 위반 혐의를 발견해 수사하면, 그 결과를 법무부 조세국에 넘겨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둘은 서로 다른 기관이지만, 복잡한 역외 탈세, 기업형 조세 포탈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을 처리할 때 중점적으로 협력한다.
1934년 설립된 조세국은 올해 91년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맡으면서 조세국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관련 기능은 다른 부서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탈세 등 금융 범죄에 전문성을 갖춘 조세국 소속 베테랑 검사 80여 명 중 3분의 1 이상이 부서 이동 대신 사표를 던지고 로펌으로 이직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소된 세금 관련 사건에 이름을 올린 연방 검사는 420명이었다. 올해는 160명 수준으로 61%가 줄었다. 260명에 달하는 전문 검사가 1년 만에 세금 범죄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들이 세금 범죄 현장에서 사라지면, IRS가 수사해도 실제로 기소하는 인력이 부족해져 전체적인 세금 범죄 단속이 약화된다.
발레리 마카레비츠 전 로스앤젤레스(LA) 연방 검사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세금 수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틈새 분야(niche field)라 한번 무너진 전문성을 다시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LA 연방검찰청은 지난해 10명이었던 세무 전문 검사가 현재 3명으로 줄었다.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뉴욕 국세청 범죄수사국(IRS-CI) 담당 특수요원 해리 T. 차비스 주니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워싱턴 D.C. 지역 IRS 수사관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금융 범죄를 추적하는 대신, 방탄조끼를 입고 지하철역과 도심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쫓고 있다. 워싱턴 D.C.는 정계 로비를 포함해 굵직한 세무 관련 범죄가 빈발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워싱턴 D.C. 치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시하면서 일부 IRS 형사수사국(IRS-CI) 요원들을 단속 현장 일선에 직접 배치했다. 초기 현장 배치 인력은 소수에 그쳤다. 이후 트럼프 최측근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제기하자, 백악관은 추가로 20명이 넘는 요원을 순찰 업무에 강제 투입했다.
IRS 워싱턴 지부 소속 형사 요원은 총 60여 명이다. 회계학 학위와 수사 경력을 겸비한 고도로 훈련된 전문 요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본연의 업무인 탈세 추적 대신 치안 유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IRS에 대한 푸대접이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IRS 전체 형사수사 부문 인력은 10% 이상 이탈했다. 같은 기간 법무부 소속 세금 집행 관련 전체 직원 수도 4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IRS 관계자는 로이터에 “회계 부정과 자금 세탁을 잡아야 할 박사급 인력들이 지하철 무임승차를 감시하고 있다”며 “국가적 자원 낭비이자 코미디”라고 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감시가 없으면 탈세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몇 년간 세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과 실제 걷힌 세금 차이를 뜻하는 ‘택스 갭(Tax Gap)’은 2022년 기준 연간 약 6960억 달러(약 1024조 원)에 달한다. 미국 국방 예산(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으로 세수를 확보하겠다 공언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 새는 바가지인 탈세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SIEPR)와 미 의회회계감사원(GAO)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소득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IRS 감사 비율은 이미 70~80%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발(發) 인력 감축과 수사 기피 기조가 더해지면 이미 거대한 세금 구멍이 더 커질 수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자랑하던 공정성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지고 있다. 조세 제도의 핵심인 ‘자발적 성실 신고’는 정부가 탈세자를 반드시 처벌한다는 공포와 믿음 위에서 작동한다. 꼬박꼬박 세금을 원천징수 당하는 월급쟁이들은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고액 탈세자를 보면 허탈감을 느끼기 쉽다. 지능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편취한 세금은 국가 재정 부담으로 돌아가고, 이는 고스란히 유리지갑을 가진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데이비드 허버트 전 법무부 세무담당 차관보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형사 집행을 줄이는 것은 탈세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행위”라며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정직한 시민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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