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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철 오이가 난다. 1970년대 이후 품종 개량과 비닐하우스 재배 보급으로 사계절 공급이 가능해진 덕이다. 하지만 노지 재배 오이는 6~9월이 제철로 이때가 가장 맛있다. 여름 제철 오이는 아삭한 식감과 시원한 향이 특히 강하다.
인류 과학이 그토록 발전했다지만 여름에 이 이상 좋은 재화가 없다. 게다가 수분 함량이 95% 이상에 이른다. 거의 고체 물주머니라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액체인 우유(약 87%)보다도 수분 함량이 높다. 수분 이외 5%는 비타민C와 칼륨 선물옵션강좌
등 비타민, 무기질과 식이섬유다. 땀을 많이 흘린 후 전해질 보충을 돕고 빠른 갈증 해소와 체내 열을 식히는 효과가 있다. 여름에 유독 맛있다는 이유가 바로 이 특성 때문이다.
예로부터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밥을 물에 말고 오이지 하나를 척 올려 먹으면 입맛이 돌아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따라 해 보니 다 맞는 말이다. 소금에 절여 물기를 신천지게임
뺀 오이지는 특유의 짭조름하고 새큼한 맛이 더위에 무뎌진 미각을 살려 놓기에 충분하다. 흥건한 냉채에도 빠지지 않는다. 오이는 냉국수, 냉채, 냉국의 주인공이다. 그저 오이와 미역을 썰어 넣고 식초로 마무리한 것을 보통 미역냉국이라 하지 않고 오이냉국이라 부른다.
조연 역할도 톡톡히 한다. 가만 보면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 오늘 아침 김밥가치주펀드
에도 들었고 점심 짜장면 위에서도 오이를 만났다. 열량이 낮은 다이어트 식품이니 부담 없이 샐러드 만들 때도 빠뜨리지 않고 찾는다.
오이는 여름에 가장 인기가 좋다. 열을 내리는 성질 덕에 요모조모 여러 용도로 쓰이는 까닭이다. 등산객의 배낭에도 들고 땡볕에서 일하는 공사장 인부들의 탈수 방지 간식으로도 쓰인다.
세계적으전망주식
로도 가장 많이 찾는 채소가 오이다. 고사리, 깻잎, 차조기 등은 몰라도 오이를 낯설어하는 나라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란 말은 오이에서 온 말이 아니지만, 회원국이 죄다 오이를 즐겨 먹고 있다.



오이가 들어간 부산 부평동 냉채족발.

중앙경제연구원

오이의 원산지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쪽이다. 세계인이 즐겨 먹는 작물 중 감자, 옥수수, 카카오 등 미대륙에서 온 것이 많지만 오이만큼은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작물이다. 토질과 별로 상관없이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한해살이라 빨리 거두는 까닭에 오이를 심어 먹는 식습관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오이를 재배한 역사도 길다. 고대 이집트부터 나온다.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는 오이를 재배하기 위한 ‘온실’을 설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도 아주 오래전이다.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중국을 통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편찬한 ‘향약구급방’에 오이를 호과(胡瓜)로 기록했다. 조선 중기 ‘농가집성’에는 오이를 재배하는 방법을 수록했다. 1970년대 이후엔 비닐하우스가 보급되며 오이를 사철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네 나물이나 쌈처럼 푸성귀를 다양하게 즐기지 않는 유럽은 상대적으로 오이 소비량이 절대적이다. 특히 기후적으로 작황이 어려운 북유럽, 러시아 등지에선 채소 하면 그냥 오이인 격이다. 오이를 생으로도 먹지만 소금에 절여 피클로 담가 먹는다. 미국도 마찬가지. 샐러드용 잎채소 이외에 오이를 주로 먹는다.
오이피클은 곁들임으로도 좋지만 요리 재료로 쓸모가 많다. 세계적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드는 메뉴인 치즈버거는 그저 오이피클과 패티, 치즈만 들어간다. 김치처럼 먹는다. 우리가 김치국물을 마시듯 요즘 미국에선 피클 주스가 유행이라고 하니 오이의 쓰임새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생채용 오이와 피클용 오이가 따로 있지만 사실 서로 대체할 수 있다. 한식에선 오이소박이와 오이지를 담그고 서양에선 피클을 담근다. 어차피 여름엔 전 세계 누구나 오이를 입에 달고 산다.
보기에 죄다 같은 종 같지만 오이도 알고 보면 여러 종류가 있다. 여름날 주로 먹는 다다기오이는 희끄무레하고 매끈한 표면과 새하얀 속살을 자랑한다. 향과 색이 진한 취청오이는 무침용으로 주로 쓴다. 경상도에서 주로 먹는 가시오이도 있다. 생긴 것은 마치 쓰디쓴 여주 같지만, 과육이 연하고 살짝 단맛이 있어 이를 일부러 찾아 먹는 이가 많다.
오이는 다소 억울하다. 사람들에겐 워낙 인기가 좋지만 다른 초식 동물에게는 존재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타민 등을 제외하면 열량 등 함유한 영양분이 거의 없다시피 한 까닭에 야생동물조차 외면한 채소다.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일부러 찾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유독 인간만 챙겨 먹는 채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오이는 보통 산삼이나 인삼 등 다른 이름난 약재에나 서린 설화가 존재할 정도로 중요한 채소였다.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는 조선 시대 문신 이곤을 기린 효자문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 오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서려 있다. 소갈증을 겪던 노모가 한겨울임에도 그토록 오이가 먹고 싶다고 하자 아들이 오이를 찾아 사방팔방 눈밭으로 나섰다. 그의 지극한 효성을 눈여겨본 산신령이 감동해 그에게 오이 덩굴을 내려주었다. 그가 오이를 따다가 어머니께 봉양했더니 곧 병이 나았다 한다. 이름난 약재는 보통 이런 스토리 전개를 지니고 있다.
약재처럼 그리 특별한 영양소는 없지만 갈증이 바로 해소되긴 한다. 특히 당뇨로 인한 소갈증에 즉효다. 다이어트 식재료로 각광받는 이유 역시 역설적으로 열량이 몹시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양가가 아예 없진 않다. 식이섬유와 펙틴 등이 있어 장 건강에 좋다. 비타민도 그럭저럭 들었다.
다만 특유의 향과 미세한 쓴맛을 특히 꺼리는 이가 많다.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다. 인터넷에 오이가 싫다는 ‘밈’(유행하는 창작물)이나 ‘짤’(인터넷 유머 사진)이 널렸다. 오이에 대한 편식 경향 역시 세계적인 것이라 외국의 밈도 아주 많다. 필자 주변에도 오이를 혐오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이를 꺼리는 이들은 오이 향을 살짝만 맡아도 기겁한다. 이 향은 오이에 함유된 알코올성 성분으로, 민감한 이들에겐 매우 강하게 다가온다. 오이의 향을 유독 강하게 느끼는 유전적 인자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들은 김밥 등 음식에 곁들인 오이를 몽땅 골라내는 것은 물론이고, 빼낸 후에도 입에 갖다 대기도 싫다고 호소한다. 오이에 무슨 독성이라도 든 것처럼 까다롭게 군다.
오이 혐오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심심풀이로도 먹기 좋은 채소다. 껍질만 벗겨 그대로 들고 다니며 먹거나 뚝뚝 썰어서 쌈장이나 마요네즈를 찍어 먹기도 한다. 얇게 썰어서 얼굴에 붙여 마사지를 하는 등 쓰임새가 많다. 늙은 오이를 노각이라고 한다. 노각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이용해 반찬을 만든다. 아삭함은 덜하지만 양념이 잘 배는 까닭에 요리용으로 쓴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면 접시마다 가니시로 오이를 썰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스프링롤에도 들어 있고 카오팟 등 볶음밥 접시에도 어김없다. 심지어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바인미에도 들어간다. 중국의 쓰촨(四川)식 마라 오이(辣味黃瓜), 영국의 오이만 들어간 샌드위치(cucumber sandwich), 러시아의 통째 절인 오이피클, 튀르키예의 소금 뿌린 생오이 등이 유명하다. 특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홍차와 함께 즐겼다는 오이 샌드위치는 지금도 세계 곳곳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팔리고 있다.



한편 오이와 비슷한 여주(bitter melon)도 이른바 ‘슈퍼 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이른바 ‘쓴 오이’로 불리는 여주는 오이와 같이 박과(Cucurbitaceae)에 속한다. 특유의 쓴맛이 강해 그냥 날로 먹기엔 어렵지만 말리거나 볶으면 쓴맛이 줄어 식재료나 약재로 주로 쓰는 편이다. 특히 혈당 조절에 좋은 카란틴이 들어 당뇨 환자의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향토 요리 여주 볶음이 유명하다.
밥상을 가득 메운 오이가 사라지면 이제 곧 가을이 온다는 것, 흰밥에 아삭한 오이소박이 한 점을 베어 물고 있자니 이도 또 언제 즐길 수 있을까 섭섭하다. 지긋지긋했던 계절이었대도 제법 아쉬움이 남는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무교동 북어국집의 오이지 반찬.


◇ 무교동 북어국집= 전국에서 북엇국으로 가장 유명한 집. 부드러운 국물과 두부만큼 오이지도 인기를 얻었다. 식당 후기에 이 집 오이지와 새우젓을 칭송하는 글도 많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한결같이 식탁을 지키는 꼬들꼬들한 오이지가 맛있다. 물기를 뺀 오이지가 후루룩 삼키는 국물의 뒷맛을 받친다. 서울 중구 을지로1길 38.
◇ 진중우육면관=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우육면집. 입에 짝짝 붙는 면발과 국물도 명불허전이지만 곁들임 찬으로 파는 오이소채를 외면할 수 없다. 쫄깃한 면발을 뜨거운 국물과 함께 들이켠 후 새콤한 오이소채를 씹자면 궁합이 그리도 잘 맞는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75-2.
◇ 탄막= 요즘 뜨는 요리주점으로 유명한 곳. 고등어훈연회 등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요리를 낸다. 여러 맛을 봤대도 쫄오이무침을 빼놓을 수 없다. 매콤하고 아삭한 여름 오이가 오징어채, 도라지채와 어우러져 안주와 안주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을 책임진다. 다른 요리와의 조화도 좋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4길 5-3 1층 15호.



여름이 제철인 오이소박이.


◇ 인천집= 낮엔 조개칼국수, 저녁엔 보쌈으로 유명한 집. 오이소박이를 정식 메뉴로 판다. 야박하게 무슨 반찬을 돈 받고 파냐는 이도 있지만 제대로 익은 오이소박이를 씹노라면 그냥 자체로 충분한 안줏거리가 된다. 국수와도 보쌈과도 잘 어울린다. 돈을 낸대도 아깝지 않다는 소리. 서울 중구 다동길 36 2층.



딘타이펑의 중국식 오이피클.


◇ 딘타이펑=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두집. 오이에 마라를 버무린 라웨이황과(辣味黃瓜)를 판다. 육즙 가득한 만두를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으려면 이 메뉴를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만두를 맛있게 먹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매콤 상큼한 매력의 이 메뉴를 모르고 지나치면 다소 억울할 테다. 서울 중구 명동7길 13 호텔28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