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릴게임 € R̤ḰT̨5᷄4̬1̊.T͝O̪P̥ ㎯ 릴게임골드몽
작성자: 선강보한
등록일: 25-12-22 21:05
【R̤ḰT̨5᷄4̬1̊.T͝O̪P̥】
야마토게임예시릴게임모바일바다이야기비밀코드바다이야기게임기
야마토게임예시릴게임모바일바다이야기비밀코드바다이야기게임기
카카오야마토 ♧ R̤ḰT̨5᷄4̬1̊.T͝O̪P̥ ┡ 바다이야기게임다운로드
바다이야기2 ↕ R̤ḰT̨5᷄4̬1̊.T͝O̪P̥ ㈓ 바다신2다운로드
사이다쿨접속방법 ─ R̤ḰT̨5᷄4̬1̊.T͝O̪P̥ ≪ 바다이야기프로그램
릴박스 ㎗ R̤ḰT̨5᷄4̬1̊.T͝O̪P̥ ㉴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릴게임끝판왕 바로가기 go !!
- 마흔살부터 2년7개월간 옥살이- 옥중기 대신 써내려간 중편소설- 이국정서 깔린 인간보편 이야기
- 머나먼 도시 알렉산드리아 배경- 인간·역사·전쟁·사상·법·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사유의 나래 펼쳐
억하심정이란 게 있다. 억눌린 마음이다. 억울하고 답답한데 쉬이 풀어지지 않는 화다. 화를 그냥 두면 화병이 된다. 시름시름 무기력해지다가 고꾸라지거나 불현듯 광인(狂人)처럼 성을 못 참고 발작한다. 골병이 든다. 화는 풀어야 하고, 원(怨)과 한(恨)은 해소해야 한다. 사람은 그래야 산다.
야마토게임연타 지난 5일 부산 중구 신창동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국제신문이 주최하고 부산시 등이 후원한 제4회 나림 이병주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이병주 작가의 공식 데뷔작 ‘소설·알렉산드리아’ 출간 60주년이어서 관객에게 그 작품을 증정하는 등 기념과 재조명이 이뤄졌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나림 이병주는 인생의 한 전성기 마흔에 직장에서 체포되어 2년 7개월 옥살이한 게 가슴의 고슴도치로 남았다. 억하심정에 스스로 유폐된 황제인 양 환각을 하기도 하고,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를 외기도 하며 견뎠다. 그래도 안 풀리는 원한은 옥중에서 읽는 책에 빼곡하게 메모하며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으로 바다이야기5만 풀었다.
하지만 “변변치 않은 사람의 옥중기를 누가 읽어주겠는가” 싶어 이국정서를 깔고 인류 보편 이야기를 만든다. 동서양이 만나는 기막힌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스페인 무희 사라 안젤과 독일 ‘진실 남’ 한스 셀러를 불러 모은다. 사라 안젤은 게르니카 폭격의 피해 생존자로, 한스는 게슈타포 고문 피해자의 가족으로 원과 한에 맺힌 인물들이다. 바다이야기#릴게임
한국의 피리 명인 프린스 김이 프랑스 선원 말셀의 도움으로 합류한다. 프린스 김은 사상범으로 옥살이하는 형의 소원을 들어주려 화물선 바닥에 숨어 긴 항해를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낡은 호텔 나폴레옹과 초호화 주점 안드로메다는 엑조틱 무드를 더해 준다. 남루한 옥중기를 화려한 판타지로 포장한 것이다. 작가 나림은 반분이 풀려 해원(解冤)했고 바다신게임 , 독자는 기막힌 이야기 선물 하나 받았다.
▮감옥에 갇힌 형의 소원
서대문 감옥이 고통과 번뇌의 공간, 차안(此岸)이라면 알렉산드리아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 피안(彼岸)일 수도 있다. 유폐된 형의 소원은 알렉산드리아에 가 보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실제일 수도 있고, 이데아일 수도 있으며, 그저 한 조각 일루전(환각)일 수도 있다. 환각으로 견디는 형의 소요(逍遙)와 해탈 바람을 피리의 달인 동생이 예술로 풀어준다. 멀리 서대문 감옥에서 형이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엔 철학 종교 정치 문학 역사 등이 잔뜩 들어있다. 옥중 편지 14편 중 프린스 김이 사라 안젤에게 읽어준 내용은 모두 7통이다.
첫째 편지는 시간 이야기다. 시간의 실질은 줄지도 더하지도 않는다. 10년 형을 받고 유폐된 수인(囚人)은, 10분 늦었다고 신경질 내고 한 시간의 공허를 메우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이 고스란히 앉아 8만 7600시간을 안아 넘기려니 차라리 이카루스가 되어 태양을 향하고 싶다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다.
둘째 편지는 감옥의 성찬 예찬이다. “넓은 태평양도 비좁다는 듯 웅크려 살아온 새우의 아들의 아들이 소금 속에 미라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살은 이지러져 흔적도 없지만 앙상한 뼈로 남은 ‘깡치 센’ 생선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생선이 나타날 때마다 감방 안에선 시비가 붙는다. 이 생선은 바다 생활 1년에 육지 생활 3년이다. 아니다. 바다 1년에 육지 5년의 관록을 가졌다느니….” 수인의 식탁은 이처럼 성찬이지만 고적하다.
꼭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가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작은 일에서 기쁨을 찾고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아는 것이다.
셋째 편지는 창세기의 하느님과 첫 인간과의 사이에 발생한 금지 규정과 위반 사건 이야기다. 창세 초기여서 카바레나 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금지할 게 별로 없었다. 우연히 밝은 빨간색의 사과가 눈에 띄어 금지령을 내렸으나, 금지란 강력한 매력이 있다. 자유의 대가는 매력과 전율이다.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동물의 우등생으로선 실격했지만, 인간으로 비약 혹은 전락하게 되었다.
▮사라 안젤, 한스 셀러, 프린스 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 인근 쌈지공원에 세운 기념물 가운데 ‘말년과 별세’를 담은 팻말이다. 국제신문 DB
넷째 편지는 옥창(獄窓) 너머로 산을 바라보며 느낀 자유와 비자유에 대한 소회다.
다섯째 편지는 펜타튜크(모세 오경)에서 모세가 드러낸 권력의 속성을 다룬다. 권력은 어떻게 발생했고, 권력은 무엇으로 지탱하며, 권력은 어떤 형태로 변해 가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산상수훈은 세상사에 지친 젊은 늙은이의 자멸적 설교라고 한다. 이 어처구니없어 뵈는 황금률은 상식을 벗어난 그 점으로 해서 뜻밖의 박력을 지녔다고도 한다.
여섯째 편지는 두터운 감옥의 벽을 뚫고 뒤늦게 전해진 케네디 대통령의 절명 소식 감상이다. 역사에서 위대한 개인의 역할과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일곱째 편지는 새록새록 새삼 발견해 가는 자신의 죄목 나열이다. 역시 가장 큰 죄는 자기 배신의 죄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형을 기다리며 프린스 김은 두 인물과 깊이 교제한다. 피리의 천재는 춤의 천재와 환상적 무대를 만든다. 세계 부호들이 사라 안젤의 미모와 춤, 그리고 도도함에 매료되어 온갖 보화를 갖다 바친다. 엄청난 재산은 게르니카 폭격으로 죽은 부모와 형제를 위한 사라의 복수에 사용할 자금이 된다.
거기에 모친과 아우를 죽게 한 원수를 15년째 추적하는 한스 셀러가 등장한다. 사라는 피해자 스페인인의 입장으로 가해자 독일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한스와 대면하지만 “하나의 목적만을 끈기 있게 추구하고 있는 사람 특유의 깊은 정신”에 감화되어 금세 의기상투한다.
▮60년 전 나온 최고 수준 법정 소설
사라는 비행기 10대를 사서 스페인 파일럿을 동원해 독일의 꼭 게르니카만 한 도시를 폭격할 집념을 포기하고, 한스의 복수를 적극 돕는다.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원수를 갚지만, 알렉산드리아 사교계의 여왕이 살인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도시 전체가 휘말린다. 대학생들은 무죄 방면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언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한다. 센세이션 그 자체다. 법정에서 공방도 치열하다. 사적 복수를 단죄하려는 검사와 도의적 인도적 견지에서 도저히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변호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나치 독일의 죄악과 게르니카 학살부터 유럽 정신의 타락까지 문명사를 거론하기도 하고, 비법과 불법 사이에서 15년을 일념으로 가족 사랑에 집중한 정성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자유 법정다운 쟁론이 넘쳐난다. 재판장은 알렉산드리아 추방을 명령하며 방면한다. 사라는 태평양 섬을 하나 사서, 한스와 결혼해 새 삶을 살기로 한다.
프린스 김은 함께 떠나자는 둘의 간곡한 청을 사양하며 푸념만 잔뜩 늘어놓는 장기수 형을 기다린다. 형과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서 사는 건 꿈에서 꿈꾸는 소리일 뿐이다. 라이터 불도 제대로 못 켜는 마지막 휘발유 한 방울 같다.
나림은 사람 성향을 둘로 분류했다. 불의 논리에 따르는 사람, 그리고 물의 논리에 따르는 사람이다. 불의 속성은 타는 것이다. 스스로를 태워서 저항하거나 현상을 바꾼다. 물의 속성은 흐르고 녹는 것이다. 스스로 낮추어 순응한다. 다만 불에 타면 재라도 남지만 물에 쓸려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더 무서운지 우열은 없다. 성향일 뿐.
‘소설 알렉산드리아’의 형은 다분히 불의 성향으로 ‘스스로의 힘에 겨운 뭔가를 시도하다가 파멸한 자’이다. 동생은 예술에서 일가를 이룬 물의 남자다. 속성은 어쩔 수 없고, 길고 짧은 건 두고 봐야겠지만,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나림 자신은 어떤 성향이었을까.
▮물과 불과 숲과 삶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 최두용 나림 이병주 연구가는 “이병주는 이름에 불과 물이 둘 다 들어있다. 병(炳)에는 불이, 주(注)엔 물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역시 골목마다 와호장룡이다. 불, 화의 병과 물, 수의 주를 보니 나림의 곡절 많은 일생이 더욱 이해되는 듯하다.
2025년은 ‘소설 알렉산드리아’ 발표 60주년이다. 명저는 시대를 넘어 읽힌다. 이미 두 세대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고전 반열에 올랐다. 길지 않은 중편소설 한 편이 인사이트 덩어리다. 경이롭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는 조손(祖孫)이 노소동락(老少同樂)할 수 있는 정신적 명품이다. 내가 청소년 시절 이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받은 지적 자극을 지금 청소년 독자도 향유(享有)하길 간절히 바란다. 소싯적 읽은 책 한 권이 일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후생가외(後生可畏), 나림도 믿었고 나도 믿는다.
※특별후원 : BNK금융그룹
-끝-
- 머나먼 도시 알렉산드리아 배경- 인간·역사·전쟁·사상·법·정치 등- 다양한 주제로 사유의 나래 펼쳐
억하심정이란 게 있다. 억눌린 마음이다. 억울하고 답답한데 쉬이 풀어지지 않는 화다. 화를 그냥 두면 화병이 된다. 시름시름 무기력해지다가 고꾸라지거나 불현듯 광인(狂人)처럼 성을 못 참고 발작한다. 골병이 든다. 화는 풀어야 하고, 원(怨)과 한(恨)은 해소해야 한다. 사람은 그래야 산다.
야마토게임연타 지난 5일 부산 중구 신창동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에서 국제신문이 주최하고 부산시 등이 후원한 제4회 나림 이병주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이병주 작가의 공식 데뷔작 ‘소설·알렉산드리아’ 출간 60주년이어서 관객에게 그 작품을 증정하는 등 기념과 재조명이 이뤄졌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나림 이병주는 인생의 한 전성기 마흔에 직장에서 체포되어 2년 7개월 옥살이한 게 가슴의 고슴도치로 남았다. 억하심정에 스스로 유폐된 황제인 양 환각을 하기도 하고,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를 외기도 하며 견뎠다. 그래도 안 풀리는 원한은 옥중에서 읽는 책에 빼곡하게 메모하며 이야기를 구상하는 것으로 바다이야기5만 풀었다.
하지만 “변변치 않은 사람의 옥중기를 누가 읽어주겠는가” 싶어 이국정서를 깔고 인류 보편 이야기를 만든다. 동서양이 만나는 기막힌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스페인 무희 사라 안젤과 독일 ‘진실 남’ 한스 셀러를 불러 모은다. 사라 안젤은 게르니카 폭격의 피해 생존자로, 한스는 게슈타포 고문 피해자의 가족으로 원과 한에 맺힌 인물들이다. 바다이야기#릴게임
한국의 피리 명인 프린스 김이 프랑스 선원 말셀의 도움으로 합류한다. 프린스 김은 사상범으로 옥살이하는 형의 소원을 들어주려 화물선 바닥에 숨어 긴 항해를 한다. 알렉산드리아의 낡은 호텔 나폴레옹과 초호화 주점 안드로메다는 엑조틱 무드를 더해 준다. 남루한 옥중기를 화려한 판타지로 포장한 것이다. 작가 나림은 반분이 풀려 해원(解冤)했고 바다신게임 , 독자는 기막힌 이야기 선물 하나 받았다.
▮감옥에 갇힌 형의 소원
서대문 감옥이 고통과 번뇌의 공간, 차안(此岸)이라면 알렉산드리아는 자유와 해방의 공간, 피안(彼岸)일 수도 있다. 유폐된 형의 소원은 알렉산드리아에 가 보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실제일 수도 있고, 이데아일 수도 있으며, 그저 한 조각 일루전(환각)일 수도 있다. 환각으로 견디는 형의 소요(逍遙)와 해탈 바람을 피리의 달인 동생이 예술로 풀어준다. 멀리 서대문 감옥에서 형이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엔 철학 종교 정치 문학 역사 등이 잔뜩 들어있다. 옥중 편지 14편 중 프린스 김이 사라 안젤에게 읽어준 내용은 모두 7통이다.
첫째 편지는 시간 이야기다. 시간의 실질은 줄지도 더하지도 않는다. 10년 형을 받고 유폐된 수인(囚人)은, 10분 늦었다고 신경질 내고 한 시간의 공허를 메우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이 고스란히 앉아 8만 7600시간을 안아 넘기려니 차라리 이카루스가 되어 태양을 향하고 싶다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다.
둘째 편지는 감옥의 성찬 예찬이다. “넓은 태평양도 비좁다는 듯 웅크려 살아온 새우의 아들의 아들이 소금 속에 미라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살은 이지러져 흔적도 없지만 앙상한 뼈로 남은 ‘깡치 센’ 생선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생선이 나타날 때마다 감방 안에선 시비가 붙는다. 이 생선은 바다 생활 1년에 육지 생활 3년이다. 아니다. 바다 1년에 육지 5년의 관록을 가졌다느니….” 수인의 식탁은 이처럼 성찬이지만 고적하다.
꼭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가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작은 일에서 기쁨을 찾고 의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아는 것이다.
셋째 편지는 창세기의 하느님과 첫 인간과의 사이에 발생한 금지 규정과 위반 사건 이야기다. 창세 초기여서 카바레나 바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금지할 게 별로 없었다. 우연히 밝은 빨간색의 사과가 눈에 띄어 금지령을 내렸으나, 금지란 강력한 매력이 있다. 자유의 대가는 매력과 전율이다.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동물의 우등생으로선 실격했지만, 인간으로 비약 혹은 전락하게 되었다.
▮사라 안젤, 한스 셀러, 프린스 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 인근 쌈지공원에 세운 기념물 가운데 ‘말년과 별세’를 담은 팻말이다. 국제신문 DB
넷째 편지는 옥창(獄窓) 너머로 산을 바라보며 느낀 자유와 비자유에 대한 소회다.
다섯째 편지는 펜타튜크(모세 오경)에서 모세가 드러낸 권력의 속성을 다룬다. 권력은 어떻게 발생했고, 권력은 무엇으로 지탱하며, 권력은 어떤 형태로 변해 가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산상수훈은 세상사에 지친 젊은 늙은이의 자멸적 설교라고 한다. 이 어처구니없어 뵈는 황금률은 상식을 벗어난 그 점으로 해서 뜻밖의 박력을 지녔다고도 한다.
여섯째 편지는 두터운 감옥의 벽을 뚫고 뒤늦게 전해진 케네디 대통령의 절명 소식 감상이다. 역사에서 위대한 개인의 역할과 의미를 깊이 생각한다.
일곱째 편지는 새록새록 새삼 발견해 가는 자신의 죄목 나열이다. 역시 가장 큰 죄는 자기 배신의 죄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형을 기다리며 프린스 김은 두 인물과 깊이 교제한다. 피리의 천재는 춤의 천재와 환상적 무대를 만든다. 세계 부호들이 사라 안젤의 미모와 춤, 그리고 도도함에 매료되어 온갖 보화를 갖다 바친다. 엄청난 재산은 게르니카 폭격으로 죽은 부모와 형제를 위한 사라의 복수에 사용할 자금이 된다.
거기에 모친과 아우를 죽게 한 원수를 15년째 추적하는 한스 셀러가 등장한다. 사라는 피해자 스페인인의 입장으로 가해자 독일인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한스와 대면하지만 “하나의 목적만을 끈기 있게 추구하고 있는 사람 특유의 깊은 정신”에 감화되어 금세 의기상투한다.
▮60년 전 나온 최고 수준 법정 소설
사라는 비행기 10대를 사서 스페인 파일럿을 동원해 독일의 꼭 게르니카만 한 도시를 폭격할 집념을 포기하고, 한스의 복수를 적극 돕는다.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원수를 갚지만, 알렉산드리아 사교계의 여왕이 살인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도시 전체가 휘말린다. 대학생들은 무죄 방면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언론은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한다. 센세이션 그 자체다. 법정에서 공방도 치열하다. 사적 복수를 단죄하려는 검사와 도의적 인도적 견지에서 도저히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변호사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나치 독일의 죄악과 게르니카 학살부터 유럽 정신의 타락까지 문명사를 거론하기도 하고, 비법과 불법 사이에서 15년을 일념으로 가족 사랑에 집중한 정성은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자유 법정다운 쟁론이 넘쳐난다. 재판장은 알렉산드리아 추방을 명령하며 방면한다. 사라는 태평양 섬을 하나 사서, 한스와 결혼해 새 삶을 살기로 한다.
프린스 김은 함께 떠나자는 둘의 간곡한 청을 사양하며 푸념만 잔뜩 늘어놓는 장기수 형을 기다린다. 형과 태평양 한가운데 섬에서 사는 건 꿈에서 꿈꾸는 소리일 뿐이다. 라이터 불도 제대로 못 켜는 마지막 휘발유 한 방울 같다.
나림은 사람 성향을 둘로 분류했다. 불의 논리에 따르는 사람, 그리고 물의 논리에 따르는 사람이다. 불의 속성은 타는 것이다. 스스로를 태워서 저항하거나 현상을 바꾼다. 물의 속성은 흐르고 녹는 것이다. 스스로 낮추어 순응한다. 다만 불에 타면 재라도 남지만 물에 쓸려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더 무서운지 우열은 없다. 성향일 뿐.
‘소설 알렉산드리아’의 형은 다분히 불의 성향으로 ‘스스로의 힘에 겨운 뭔가를 시도하다가 파멸한 자’이다. 동생은 예술에서 일가를 이룬 물의 남자다. 속성은 어쩔 수 없고, 길고 짧은 건 두고 봐야겠지만,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나림 자신은 어떤 성향이었을까.
▮물과 불과 숲과 삶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발견이 있다. 최두용 나림 이병주 연구가는 “이병주는 이름에 불과 물이 둘 다 들어있다. 병(炳)에는 불이, 주(注)엔 물이 들어 있다”고 했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역시 골목마다 와호장룡이다. 불, 화의 병과 물, 수의 주를 보니 나림의 곡절 많은 일생이 더욱 이해되는 듯하다.
2025년은 ‘소설 알렉산드리아’ 발표 60주년이다. 명저는 시대를 넘어 읽힌다. 이미 두 세대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고전 반열에 올랐다. 길지 않은 중편소설 한 편이 인사이트 덩어리다. 경이롭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는 조손(祖孫)이 노소동락(老少同樂)할 수 있는 정신적 명품이다. 내가 청소년 시절 이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받은 지적 자극을 지금 청소년 독자도 향유(享有)하길 간절히 바란다. 소싯적 읽은 책 한 권이 일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후생가외(後生可畏), 나림도 믿었고 나도 믿는다.
※특별후원 : BNK금융그룹
-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