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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영국 북잉글랜드 미들즈브러(Middlesbrough)의 티스웍스(Teesworks) 산업단지 인근. 높게 솟은 소각로(사진 왼쪽 상단) 너머로 해상풍력발전(왼쪽 상단)이 끝없이 서있다. 세아그룹 영국 자회사 '세아윈드'(SeAH Wind, 사진 왼쪽 하단)도 이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 2012년주5일제 뉴스1 황덕현 기자


(미들즈브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영국 북동부에 있는 미들즈브러 인근 지속가능기술 연구·투자 플랫폼 윌턴센터에서 내려다본 티즈강(江)과 북해의 모습에는 과거와 미래가 교차한다. 91m 높이에 검게 그을린 포트랙(Portrack) 폐기물 소 직장인 사업자 각로 뒤 바다에 해상풍력 발전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쇠락한 산업 단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영국철강'(British Steel) 제철소가 있던 티스밸리는 지금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해상풍력 구조물 공장이 들어선 '청정에너지 클러스터'로 바뀌고 있다. 2015년 철강소 폐쇄로만 2000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던 이곳에는 업무위탁 한국 기업 '세아윈드'(SeAH Wind)를 비롯해 글로벌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 중소 산업도시에 하나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
영국 북동부 레드카앤클리블랜드 지역에는 세계 최대급 해상풍력 개발 계획이 몰려 있다. 영국 왕실자산관리청과 지역 산업계의 조사 결과, 북해에는 부유식과 고정식 쌍용자동차 포함 최대 72GW의 해상풍력 잠재력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북동부 인근에는 2030년까지 20~30GW 규모의 추가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북동부에는 다저 뱅크, 소피아 등 대형 해상풍력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2000년 영국 첫 상업용 해상풍력단지가 된 블라이스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 가동 중인 티사이드 풍력단지(6 중소기업진흥공단 연봉 2㎿), 130㎞ 해상에서 설치 중인 다저 뱅크 풍력단지 A·B·C(3.6GW), 195㎞ 해상 소피아 풍력단지(1.4GW)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추가 개발도 예고돼 있다.
30~50층 아파트 높이만한 해상풍력 바람개비는 해안에 만들 공장과 운송할 항만이 필요하다. 티스밸리는 제철소 운영 당시 사용하던 항만과 부지를 연계했기에 즉각적인 산업 전환이 가능했다. 티스포트 등 총 7개 항구가 각각 목적에 맞게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획부터 제조, 운송, 설치까지 하나의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로 묶여 있다.
알렉 브라운 레드카앤클리블랜드 의장은 "이 항만은 더 이상 철광석이 아닌 바람을 실어 나르고 있다"며 "단순한 공장 유치·건설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스밸리는 영국 정부의 '레벨링 업'(Leveling-Up) 전략 아래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정부는 20억 파운드 규모의 공동 기금을 조성했다.
특히 티스밸리에는 '프리포트'(freeport)라는 자유경제구역을 설치해 기업을 다수 유치했다. 수출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법인세 감면, 친환경 제조설비 감가상각 확대, 훈련 인센티브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티스밸리 개발사업을 이끄는 티스웍스의 존 반스 총괄은 "2040년까지 신산업을 통해 지역 내 최대 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해상풍력 중심의 산업 전환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은 자국에 세계적 터빈 제조업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과 협업하면서 해상풍력 발전소를 40곳 이상 건설했다. 대신 설치·운영·유지보수 등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산업 역량을 확장했다. 이 같은 개방적 전략은 비용절감과 기술고도화를 유도했고,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도 이끌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6월 25일 티스밸리를 찾아 현지 개발 가능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세아윈드도 그중 하나다. 한국에서 압연 강관을 제조해온 세아제강의 영국법인 세아윈드는 이곳에서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 모노파일 공장을 가동 중이다. 모노파일은 해상풍력 구조물의 기초 역할을 하는 지름 수 m~10m에 달하는 원통형 강관으로, 공정 특성상 고도의 자동화 및 정밀 용접 기술이 요구된다.
세아윈드의 현지 컨설팅 업체 'K2 건설관리' 관계자는 "공장은 축구장 30개 규모의 부지에 건설됐으며, 이 과정에서 1400명 넘는 인력이 일자리를 얻었다. 지금은 지역 기술 인력들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아윈드는 단순한 제조공장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반이다. 티스밸리를 발판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아윈드 공장 인근에는 지멘스가메사의 블레이드 제조시설과 오스테드의 운영센터, JDR케이블 시스템 등 관련 글로벌 기업의 생산거점이 몰려 있다. 현장을 찾은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한국은 해상풍력 기자재 공급에 있어 경쟁력 있다. 적극적인 (영국 재생에너지 사업) 추가 진출을 기대한다"며 대(對) 한국 영업을 자처했다.
이곳에는 해상풍력 기자재뿐 아니라 수소·암모니아·CCUS 등 넷제로 전환 전반을 포괄하는 산업생태계가 동시에 구축되는 중이다.
고용 창출과 지역재생을 위한 교육 인프라도 눈에 띈다. 산업 전환 초기 단계부터 '티스웍스 직업학교'(Teesworks Skills Academy)를 열고 실습형 인력훈련을 진행했다. 관련 학교 졸업생과 전직 광산·철강노동자, 이주민 등이 이 과정을 통해 해상풍력 및 신재생 관련 일자리에 재진입하고 있다.
티스밸리의 이러한 시도는 한국 지방 중소도시의 산업재생 논의와도 접점이 있다. 제철·조선·화학 등 탄소집약 산업 중심이던 지방 산업단지가 탈탄소 기조 속에서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주도와 지역 주도의 병행, 외자 유치, 직업훈련 체계, 공급망 고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티스밸리 모델은 유의미한 사례가 된다. 한국에서도 군산, 포항, 거제 등지에서 비슷한 산업전환 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일자리 품질과 지역청년 유입 지속성, 환경영향 등은 향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한국기자협회와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의 '해상 풍력발전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