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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봤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씀이 길어지거나 반복되면 자연스레 ‘또 저러시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분명히 피와 살이 되는 말씀이었다(이게 꼰대인가?). 요즘 들어 나도 후배들이나 아들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얼마 전 주안이가 면접을 볼 일이 있었다. 걱정하는 주안이에게 응원의 말을 해줬으나 정작 주안이에겐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주안이는 처음 해보는 면접이라 걱정되는 건 케이비캐피탈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순간 이대로 대화가 끝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주안이가 스키장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번뜩 떠올랐다.
지난 시즌 스키장에 갔을 때 주안이가 스키를 제법 타는 모습을 보고 상급자 리프트를 타고 같이 내려오자고 제안했는데, 무섭기도 하고 자기를 골탕 먹이려는 부동산텔레마케터 거란 생각에 주안이는 싫다고 했다. 결국 주안이를 설득해 함께 올라갔는데, 올라가서 보더니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재미있었다”고 즐거워했다. 그때 주안이가 “내 무서움을 극복하는 데 아빠의 말이 도움이 됐어. 아빠를 믿으니까 정말 좋은 게 많아”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당시의 상황을 얘기하며 이번에도 ‘구구절절’ 설명을 이어갔다. 이 수협은행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수많은 ‘면접’에서의 노하우가 생긴다는 것도 강조했다. 사실 예전 같으면 주안이가 “그래도 떨려” 했을 텐데 이제 제법 받아들이는 게, 마음 씀씀이가 넓어졌다. “오, 아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 새삼 잘 커준 것 같아 고맙고 생각이 깊어졌다.
요즘 나도 주안이도 바쁜 시기다. 밤에도 숙 중소기업청 성능인증 제와 씨름하는 주안이를 보면 할 일 많은 고학년이라는 사실이 와닿는다. 잠깐 주안이 침대에 누워 부자가 짧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내가 질문하고 주안이가 대답을 하는데,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나 요즘 관심사, 운동, 게임 등등 일상적인 이야기로 친구처럼 수다를 떤다.
여기서 나는 서두에 말했듯 꼰대가 되지 않도록 늘 염두에 둔다. 되도록 파일숨기기체크해제 들으려 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틀렸어”, “안 돼”, “좋아”라는 표현도 자제한다. “내일 아침 먹으면서 엄마와 셋이 상의해보자”라고 가족회의로 이끌어간다. 그 상황에서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아들이 신통방통하다. 마음속으론 ‘아직 아빠와 대화해줘서 고마워, 아들’이라며 안도하곤 한다. 아들과 더 오래 대화하기 위해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는 요즘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기획 : 하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