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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영빛차
등록일: 25-01-09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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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지상파 UHD 홍보영상 갈무리.
격변의 해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디어 규제기구들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 행보를 보였습니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전리품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 변화에 맞는 제도 설계는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입니다. 지금이 제도를 뜯어고치기 위한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근로자주택구입대출 . 미디어오늘이 창간 30주년을 맞아 격변의 해인 2025년 미디어 분야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미디어 리모델링'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정부, 방송사, 국회가 '합작'한 차세대 미디어 사업이지만 이용률조차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계획이 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최초를 부각하며 야심차게 밀어붙인 지 원피스 진행 상파UHD는 '계륵'을 넘어 모두의 '짐'이 됐다.
장밋빛 전망... 예측 빗나갔다
당신이 지상파 UHD방송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UHD방송을 시청하려면 UHD TV가 '어느 방식'을 쓰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미국식 전송방식을 쓰는 TV만 UHD방송을 볼 수 중고차 할부금 있다. 유럽식을 쓰는 TV는 별도의 컨버터를 구매해야 한다. 컨버터만 있으면 될까? 그래도 UHD방송은 볼 수 없다. 안테나를 직접 구입해 설치를 해야만 한다. UHD TV를 구입하면 관련 방송을 볼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테나 없이는 '평행우주' 세계관처럼 동시간대에 송출되는 HD방송을 보게 된다.
지상파 UHD방송은 국가 삼성카드사 적인 프로젝트였다. 방통위는 2017년 사업을 공식화하며 지상파가 12년 동안 6조7902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절반도 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UHD 방송을 위해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주파수를 할당했고, 정부 차원의 제작 지원 등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장밋빛 전망은 이랬다. 2014 인터넷청약신청 년 11월6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UHD 방송의 경제가치가 11조 원에 달한다”며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라고 했다. 2017년 개국식 당시 고대영 방송협회장(KBS 사장)은 “우리 UHD방송에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자료=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래프=안혜나 기자.
막상 도입하고 보니 차질을 빚지 않은 해가 없었다. 2017년 2월 수도권 UHD가 도입됐어야 하지만 준비 미흡으로 3개월 연기됐다. 2017년 7월 도입됐어야 할 EBS UHD방송은 무려 8년째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 시·군지역에 UHD방송망 구축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역 지상파방송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정부는 시한을 연기해줬다. 이 일정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무기한 연기'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완벽하게 망을 갖춘 시·군지역 방송은 29곳 중 3곳에 그쳤다.
콘텐츠투자와 편성 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UHD방송 편성비율을 2018년 10% 2019년 15% 등으로 확대해 2027년에는 100% 편성을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입 직후부터 편성비율이 미달 사례가 속출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HD작품에 화질을 개선한 리마스터를 UHD로 인정해주고, 의무편성비율도 완화해줬다. 심지어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방송은 50% 가중치까지 부여했다. 시설과 콘텐츠투자액도 미달되기 일쑤였다. 정부는 2019년 3개 방송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2022년엔 MBC UHD 재허가 조건을 통해 '미이행 투자금 447억 원 투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상파 UHD는 누가 얼마나 보고 있는지 알 방법조차 없다. 방통위 방송정책국 지상파방송정책과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요청한 '지상파 UHD 시청자수' 자료에 “별도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책을 도입한 부처가 시청자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2.8%인데, 이는 대부분 HD방송 수신자로 추정되며 UHD 직접수신 인구는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을 통신사에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방송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입장에선 IPTV나 케이블을 통해 방송을 보지 않고 지상파를 직접 시청하는 '직접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방송인 UHD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700MHz 대역은 최적의 주파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방통위가 통신산업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규제 중심의 방송통신위원회로 찢기면서 두 부처의 견해가 갈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사 할당을 요구한 반면, 방통위는 지상파 UHD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통신사와 방송사들은 치열하게 대립했고, 방송사들은 통신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 2014년 12월17일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국회가 중재에 나섰다. 2014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만들고 9개월 간 지상파와 통신사가 함께 주파수를 나누는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정안은 즉각 전면적인 UHD방송을 도입하기엔 부족하기에 수도권에 우선 도입하고 여분의 주파수가 반납되는 시점에 맞춰 전국 방송을 하는 방안이었다. 주파수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상생의 좋은 사례”라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소위에는 새누리당 조해진, 강길부, 심학봉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민희 의원이 참여했다.
지상파 UHD에 명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통신사는 주파수를 돈을 주고 사는 반면 지상파엔 무료 할당을 하기에 반발도 있었지만 지상파는 돈을 내고 보지 않아도 되는 '무료보편적 서비스'이기에 시청복지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었다. '5G'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차세대 기술이라면 한국이 선점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7년 5월 지상파UHD를 허가하면서 “고품질의 방송콘텐츠를 국민 누구나 무료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시청자 미디어 복지가 한층 향상되는 계기”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왜 실패했나? 오판 3연타
그러나 여러 오판이 맞물렸다. 가장 큰 오판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UHD방송을 수신하려면 UHD TV에 안테나가 내장돼야 하지만 국내 가전사들의 UHD TV에는 안테나가 없었다. 사전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정부가 지상파 UHD 도입을 결정한 뒤 뒤늦게 안테나 내장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가전사 입장에선 제조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상파 UHD방송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미국식 표준을 도입했는데 당시 국내에 판매되는 UHD TV 대부분은 유럽식 표준을 사용해 호환을 하려면 별도의 '컨버터'가 필요했다.
두 번째 오판은 산업의 추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5년 정부가 만든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 보고서는 2019년 UHD TV 판매가 전체 TV의 절반 가량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도 UHD TV 보급률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UHD 상용화 경쟁이 이어지지 않았고, 대신 OTT로 산업의 축 자체가 옮겨갔다. 지상파 관계자는 “생각보다 HD화질을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발전한 것도 당시로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여전히 UHD가 차세대 방송이 맞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잠시 유행으로 번졌다가 밀려난 '3DTV'처럼 될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 지상파 UHD 송신소 그래픽 영상. 사진=UHD코리아.
세 번째 오판은 재원조달 계획의 비현실성이다. 2017년 이미 경영이 어려웠던 지상파가 2027년까지 6조7902억원을 투자한다는 건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었다. 방통위 의결 당시 미디어오늘은 “경영난에 처한 지상파가 투자 약속을 지킬 수 있나”라고 물었는데 당시 브리핑을 맡은 이기주 상임위원은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킬 것이라고 본다. 지상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현재 지상파 관계자들은 “UHD는 투자할수록 손해”라고 토로한다. 장비, 시설 등 투자 비용이 HD보다 많이 들어가지만 광고비 등 수익을 더 거둘 수는 없다. 한 지역방송 관계자는 “지역방송은 지금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고, 지원 없이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 여건도 안 되는데, UHD 방송망을 구축하고 시설과 콘텐츠 투자까지 하라는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줄일 비용도 없지만, 줄여서 투자한다고 해도 사업 방향성 자체에 동의가 안 된다”고 했다.
모두 네 탓... 무엇을 해야 하나
UHD방송이 차질을 빚자 '네 탓'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지만 방송사들이 처음에 너무 의욕적으로 나섰다.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 같다”고 했다. 전임 정부의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시청자복지'를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한창 UHD 공방이 이어졌던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 불문하고 부실한 지상파 UHD 정책에 질타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상파 UHD 도입 조정안을 낸 곳은 19대 국회 미방위다. 이름이 달라졌지만 같은 상임위다.
지상파는 주파수를 두고 통신사와 경쟁을 벌일 때만 해도 주파수를 달라고 요구하며 UHD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UHD 주파수를 할당받고 나서부터는 “UHD 제작비가 부족하다”면서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앓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상파들은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UHD를 요구할 때만 해도 2017년이면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광고시장 불황 등이 이어지면서 관련 규제는 줄이면서 지원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과감하게 투자' 또는 '전면적 폐기'
두 가지 길이 있다. 2022년 국정감사에선 “과감하게 투자를 하게 하든지, 전면적 정책 폐기를 하든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방통위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까지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여전히 종이호랑이의 호통처럼 비친다.
산업을 키우려면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세금을 전폭적으로 투자할 여력도 없다. '1% 청자'를 위한 비효율적 투자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데, 설령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상파에선 광고규제완화를 요구하는데, 현 시점에선 규제완화를 해도 지상파 경영난이 해소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판'이 분명하지만 '정책 전면폐지'를 선택지에 넣지 않고 있기에 모호한 상황만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선 지상파가 버티면 결국 방통위가 또다시 계획을 조정해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책 도입 후 8년째 망조차 제대로 깔지 못했는데도 업계와 정치권, 방통위 모두 책임지는 이는 없다. 정작 지상파UHD 도입 및 정책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시청자의 입장을 듣는 절차가 일절 없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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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송사, 국회가 '합작'한 차세대 미디어 사업이지만 이용률조차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계획이 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최초를 부각하며 야심차게 밀어붙인 지 원피스 진행 상파UHD는 '계륵'을 넘어 모두의 '짐'이 됐다.
장밋빛 전망... 예측 빗나갔다
당신이 지상파 UHD방송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UHD방송을 시청하려면 UHD TV가 '어느 방식'을 쓰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미국식 전송방식을 쓰는 TV만 UHD방송을 볼 수 중고차 할부금 있다. 유럽식을 쓰는 TV는 별도의 컨버터를 구매해야 한다. 컨버터만 있으면 될까? 그래도 UHD방송은 볼 수 없다. 안테나를 직접 구입해 설치를 해야만 한다. UHD TV를 구입하면 관련 방송을 볼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안테나 없이는 '평행우주' 세계관처럼 동시간대에 송출되는 HD방송을 보게 된다.
지상파 UHD방송은 국가 삼성카드사 적인 프로젝트였다. 방통위는 2017년 사업을 공식화하며 지상파가 12년 동안 6조7902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절반도 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UHD 방송을 위해 최대 수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주파수를 할당했고, 정부 차원의 제작 지원 등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장밋빛 전망은 이랬다. 2014 인터넷청약신청 년 11월6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상파 UHD 방송의 경제가치가 11조 원에 달한다”며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라고 했다. 2017년 개국식 당시 고대영 방송협회장(KBS 사장)은 “우리 UHD방송에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자료=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래프=안혜나 기자.
막상 도입하고 보니 차질을 빚지 않은 해가 없었다. 2017년 2월 수도권 UHD가 도입됐어야 하지만 준비 미흡으로 3개월 연기됐다. 2017년 7월 도입됐어야 할 EBS UHD방송은 무려 8년째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21년에는 전국 시·군지역에 UHD방송망 구축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역 지상파방송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정부는 시한을 연기해줬다. 이 일정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무기한 연기'가 반복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완벽하게 망을 갖춘 시·군지역 방송은 29곳 중 3곳에 그쳤다.
콘텐츠투자와 편성 등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UHD방송 편성비율을 2018년 10% 2019년 15% 등으로 확대해 2027년에는 100% 편성을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입 직후부터 편성비율이 미달 사례가 속출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HD작품에 화질을 개선한 리마스터를 UHD로 인정해주고, 의무편성비율도 완화해줬다. 심지어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방송은 50% 가중치까지 부여했다. 시설과 콘텐츠투자액도 미달되기 일쑤였다. 정부는 2019년 3개 방송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2022년엔 MBC UHD 재허가 조건을 통해 '미이행 투자금 447억 원 투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상파 UHD는 누가 얼마나 보고 있는지 알 방법조차 없다. 방통위 방송정책국 지상파방송정책과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요청한 '지상파 UHD 시청자수' 자료에 “별도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책을 도입한 부처가 시청자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2.8%인데, 이는 대부분 HD방송 수신자로 추정되며 UHD 직접수신 인구는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을 통신사에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방송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입장에선 IPTV나 케이블을 통해 방송을 보지 않고 지상파를 직접 시청하는 '직접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방송인 UHD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700MHz 대역은 최적의 주파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방통위가 통신산업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규제 중심의 방송통신위원회로 찢기면서 두 부처의 견해가 갈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사 할당을 요구한 반면, 방통위는 지상파 UHD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통신사와 방송사들은 치열하게 대립했고, 방송사들은 통신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를 연일 보도했다.
▲ 2014년 12월17일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국회가 중재에 나섰다. 2014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만들고 9개월 간 지상파와 통신사가 함께 주파수를 나누는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정안은 즉각 전면적인 UHD방송을 도입하기엔 부족하기에 수도권에 우선 도입하고 여분의 주파수가 반납되는 시점에 맞춰 전국 방송을 하는 방안이었다. 주파수소위 위원장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상생의 좋은 사례”라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소위에는 새누리당 조해진, 강길부, 심학봉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민희 의원이 참여했다.
지상파 UHD에 명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통신사는 주파수를 돈을 주고 사는 반면 지상파엔 무료 할당을 하기에 반발도 있었지만 지상파는 돈을 내고 보지 않아도 되는 '무료보편적 서비스'이기에 시청복지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었다. '5G'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차세대 기술이라면 한국이 선점해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7년 5월 지상파UHD를 허가하면서 “고품질의 방송콘텐츠를 국민 누구나 무료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시청자 미디어 복지가 한층 향상되는 계기”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왜 실패했나? 오판 3연타
그러나 여러 오판이 맞물렸다. 가장 큰 오판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UHD방송을 수신하려면 UHD TV에 안테나가 내장돼야 하지만 국내 가전사들의 UHD TV에는 안테나가 없었다. 사전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정부가 지상파 UHD 도입을 결정한 뒤 뒤늦게 안테나 내장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무산됐다. 가전사 입장에선 제조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상파 UHD방송은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미국식 표준을 도입했는데 당시 국내에 판매되는 UHD TV 대부분은 유럽식 표준을 사용해 호환을 하려면 별도의 '컨버터'가 필요했다.
두 번째 오판은 산업의 추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5년 정부가 만든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 보고서는 2019년 UHD TV 판매가 전체 TV의 절반 가량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도 UHD TV 보급률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UHD 상용화 경쟁이 이어지지 않았고, 대신 OTT로 산업의 축 자체가 옮겨갔다. 지상파 관계자는 “생각보다 HD화질을 끌어올리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발전한 것도 당시로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여전히 UHD가 차세대 방송이 맞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 반면 잠시 유행으로 번졌다가 밀려난 '3DTV'처럼 될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 지상파 UHD 송신소 그래픽 영상. 사진=UHD코리아.
세 번째 오판은 재원조달 계획의 비현실성이다. 2017년 이미 경영이 어려웠던 지상파가 2027년까지 6조7902억원을 투자한다는 건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었다. 방통위 의결 당시 미디어오늘은 “경영난에 처한 지상파가 투자 약속을 지킬 수 있나”라고 물었는데 당시 브리핑을 맡은 이기주 상임위원은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킬 것이라고 본다. 지상파의 의지가 중요하다”고만 답했다.
현재 지상파 관계자들은 “UHD는 투자할수록 손해”라고 토로한다. 장비, 시설 등 투자 비용이 HD보다 많이 들어가지만 광고비 등 수익을 더 거둘 수는 없다. 한 지역방송 관계자는 “지역방송은 지금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고, 지원 없이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 여건도 안 되는데, UHD 방송망을 구축하고 시설과 콘텐츠 투자까지 하라는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줄일 비용도 없지만, 줄여서 투자한다고 해도 사업 방향성 자체에 동의가 안 된다”고 했다.
모두 네 탓... 무엇을 해야 하나
UHD방송이 차질을 빚자 '네 탓'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지만 방송사들이 처음에 너무 의욕적으로 나섰다.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 같다”고 했다. 전임 정부의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시청자복지'를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한창 UHD 공방이 이어졌던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 불문하고 부실한 지상파 UHD 정책에 질타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상파 UHD 도입 조정안을 낸 곳은 19대 국회 미방위다. 이름이 달라졌지만 같은 상임위다.
지상파는 주파수를 두고 통신사와 경쟁을 벌일 때만 해도 주파수를 달라고 요구하며 UHD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UHD 주파수를 할당받고 나서부터는 “UHD 제작비가 부족하다”면서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앓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상파들은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UHD를 요구할 때만 해도 2017년이면 지상파 중간광고가 도입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예상치 못한 광고시장 불황 등이 이어지면서 관련 규제는 줄이면서 지원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과감하게 투자' 또는 '전면적 폐기'
두 가지 길이 있다. 2022년 국정감사에선 “과감하게 투자를 하게 하든지, 전면적 정책 폐기를 하든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방통위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까지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여전히 종이호랑이의 호통처럼 비친다.
산업을 키우려면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세금을 전폭적으로 투자할 여력도 없다. '1% 청자'를 위한 비효율적 투자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하는데, 설령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상파에선 광고규제완화를 요구하는데, 현 시점에선 규제완화를 해도 지상파 경영난이 해소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판'이 분명하지만 '정책 전면폐지'를 선택지에 넣지 않고 있기에 모호한 상황만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선 지상파가 버티면 결국 방통위가 또다시 계획을 조정해 편의를 봐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책 도입 후 8년째 망조차 제대로 깔지 못했는데도 업계와 정치권, 방통위 모두 책임지는 이는 없다. 정작 지상파UHD 도입 및 정책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인 시청자의 입장을 듣는 절차가 일절 없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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