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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공개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 편에선 JMS와 교주 정명석의 이면을 파헤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후속작 '나는 생존자다'를 리뷰합니다. 작품은 JMS 교주 정명석과 맞서 싸운 피해자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비롯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지존파 연쇄 살인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공개합니다.



①사망자만 657명…하루 아침에 사라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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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에 끌려온 아이들. 넷플릭스 제공



1982년 4월 부산. 친구들을 만나러 가던 중학생 최승우(14)는 한 경찰에 의해 불려 세워져 파출소로 끌려갔다.

"가방을 뒤지더니 빵이 나오자 '어디서 훔쳤어'라고 해서 '학교에서 스핀모바게임랜드
준 건데요. 집에 보내 주세요'라고 했어요."
돌아온 건 고문에 가까운 구타였다. 경찰의 말대로 '빵을 훔쳤다'고 거짓 자백하자, 모자를 쓴 두 남성이 파출소에 들어와 최씨를 봉고 차량 뒤편에 억지로 태웠다. 차량이 멈춘 곳은 형제복지원. 그는 첫날부터 성범죄 대상이 됐다.
"반항을 할 수 없죠. 반항하면 더 맞는데. 누일정일흑
가 반항을 해요. 감히." - 피해자 허정오
형제복지원 안에선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숨진 이들은 뒷산에 암매장됐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657명에 달했다.
"박인근 원장은 형제복지원 안에서 신과 황제 같은 느낌(이었어요)." - 피해자 한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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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1975년부터 운영됐던 형제복지원은 12년 뒤인 1987년에서야 폐쇄됐다. 박 원장은 징역 2년 6개월로 확정됐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딱 눈에 보이더라고요. 평생 감옥에 있을 줄 알았는데…" - 피해자 최유베스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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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생존자들은 40년 넘게 단 한마디의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최씨는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살았던 박 원장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듣기 위해 호주 시드니까지 찾아갔지만, 끝내 받지 못했다.
"그러면 우리는 누구한테 가서 사과를 받아야 하죠? 우리가 잘못했어요?" - 피해자 박순이
박 원장의 막내아들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 모든 책임은 아버지가 30%, 정부가 70%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전두환) 대통령한테 직접 하달받은 그런 일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현장에 계시면서 피해받으셨던 분들과 가족분들이 받았을 고통에 대해 그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②용기 낸 21명의 피해자…등 돌린 신도들도



넷플릭스 제공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로 더 많은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새롭게 나선 피해자만 21명에 달한다.

"저 또한 피해자였기 때문에 메이플(피해자)이 어떤 말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 피해자 B
일부 신도들 또한 등을 돌렸다. 앞서 '나는 신이다' 제작 정보를 빼돌리던 내부 JMS 스파이들마저도 탈퇴를 결심하며 JMS의 핵심 자료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 공무원 신도들의 명단까지 드러났다.
"JMS 신도들이 없는 곳이 없죠." - 김도형 단국대 교수



좌측부터 정조은, 정명석. 넷플릭스 제공


정명석 뒤에는 정조은(본명 김지선)이 있었다. 2003년 정명석이 홍콩에서 체포될 당시 함께 있던 그는 사실상 정명석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2인자 자리에 올랐다. 피해자들은 정조은을 성범죄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재판 과정은 쉽지 않았다. 피해 사실이 담긴 녹취록이 복사되기도 했다.
"제가 얼마나 더 참아야 해요?" - 피해자 메이플
정명석은 메이플의 고소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다. 정조은 역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제야 메이플은 잠시나마 안도했다.
"17년형은 그 10년 동안 받은 고통과 힘든 싸움에 비하면 보상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앞으로 피해자는 나오지 않을 거예요."
③30년 지났어도…"당신의 삶 가치있다고 말해주고파"



넷플릭스 제공



1994년 9월 지존파 일당들은 고급 차량인 그랜저를 끄는 사람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의 목표 금액은 10억 원.

이효진씨는 직장 동료가 중고차로 구매한 그랜저를 타고 경기도 양수리 인근에서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 범행에 휘말렸다. 이후 전라남도 영광에 마련된 지하창고로 끌려가 감금됐다.
창고 안은 경찰서 유치장의 모습과 흡사했다. 입구 왼쪽에는 소각로까지 설치돼 있었다.
"살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제공


이어지는 지존파의 잔혹한 범행 속에 이씨는 감금 9일 만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지존파 일당은 모두 사형이 집행됐지만, 이씨는 32년 전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혼자 살아남았다는 자책감 속에서 처방 약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씨는 "'30년이 됐다면 잊을 수도 있으려만'하는 사람들의 말은 제 3자니까 그렇지 저는 죽을 때도 그 생각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저처럼 범죄 피해로 인해 그늘진 곳에 숨어지낼 수밖에 없는 피해자분들께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봅니다."


④반복되는 참사…"이름·장소만 달라지고 있어요."



넷플릭스 제공



삼풍백화점 참사를 겪는 생존자들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쯤 '쿵'소리와 함께 5층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시루떡처럼 내려앉았어요 한 칸은 시멘트, 한 칸은 잔해물, 한 칸은 시멘트…" -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모여 구조 작업을 도왔다. 하지만 정치인, 무속인, 절도범 등이 몰려들면서 구조 활동 지연과 혼선을 겪었다. 여기에 건물 화재와 빗줄기까지 이어지며 구조 환경은 열악했다.
참사 17일째까지 생존자가 발견돼 희망을 이어갔지만, 더 이상 기적은 없었다. 사망자는 신원 확인이 어려운 이들까지 포함하면 533명에 달했다.
사고 원인은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부패한 공무원과 결탁해 철근을 빼먹는 등 부실 공사와 무리한 증축 공사가 이어진 결과였다. 이준 삼풍백화점 회장은 징역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외벽 붕괴된 아파트. 유대용·박요진 기자


유족들은 30년이 지났어도 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022년 광주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의 철근 누락 사태 등이 그 사례다.
"30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 까먹었어요. 미치고 팔딱 뛸 일입니다." -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
"삼풍백화점 참사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소와 이름을 바꿔서 계속 출현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세월호 참사도 그렇죠" - 삼풍백화점 생존자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생존자다'. 조성현 PD 연출. 청소년 관람 불가. 총 8부작.
한줄평: 잊혀지는 생존자들의 목소리, 그 위에 세워진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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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재림 기자 yoongbi@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