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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시랑 초연작 한 장면. /주성희 기자


함안 극단 아시랑의 새 연극 <나의 말금씨>(김정숙 작·손민규 연출)는 치매를 겪는 한 부부의 모습을 정겹게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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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치매 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이다. 내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본다. 고령일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도시보다 농어촌에서 치매 유병률이 높다.
초고령사회에서 치매는 희귀병이 아닌 현실에서 직면하는 질병이다. 손민규 아시랑 연출은 "주변에 치매오락실게임
환자가 많기도 하고 또 누구나 잠재적으로 치매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치매는 우리에게 가까운 병"이라며 작품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랑은 이미 연극 <사랑 참>, <그대는 봄>으로 치매 환자 이야기를 다뤘었다.
<나의 말금씨>는 아시랑이 양산시치매안심센터 직원들과 교류하면서 쓴 작품이다. 아시랑이 양산에서 진행한 시민연극교실에 KODEX콩선물(H) 주식
센터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아이디어와 다양한 사례를 소개받아 대본으로 쓰게 됐다. 남성이 치매를 앓으면 아내가 돌보는 사례는 많지만, 여성이 치매를 앓으면 남편이 돌보기 보다 바로 시설·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작품은 여성이 치매를 앓는 가족을 통해 가족애, 부부애를 상실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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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오르면 70대 김기동이 오래된 자전거를 고쳐보려 붙잡고 있다. 그때 바로 옆에서 공사 소음이 들린다. 두 달째 공사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가뜩이나 치매에 걸린 부인 이말금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소음이 그를 더 괴롭힌다. 기동을 위한답시고 온 이장은 마을에 빈집을 고쳐 새집을 만드는 외지인 편을 들고 있다. 이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딸 경희의 전화를 받는다. 경희는 치매 걸린 엄마를 돌봐야 하는 늙은 아빠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연습 장면. /주성희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9/18/551744-1PikkrB/20250918114508911ezaa.jpg" data-org-width="600" dmcf-mid="QpV5Wkc6G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8/551744-1PikkrB/20250918114508911ezaa.jpg" width="658">

극단 아시랑 새 연극 <나의 말금씨> 연습 장면. /주성희 기자


말금의 감정이 널뛴다. 대체로 기분이 좋지만 씻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기에게 삶은 고구마를 건네는 남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은 시간을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추는 데 보낸다. 그리고 자주 배고파한다. 5년째 이런 생활이 이어졌다. 기동은 익숙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성질이 나기도 한다. 이말금 역을 맡은 김수현 배우도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치매를 앓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으로 어머니 생각이 더 난다고 했다. 김 배우는 "어머니가 살아생전 추던 춤 동작이 저절로 나오더라"하면서 웃어 보였다.

경희와 전화를 한 다음 날은 어김없이 기동의 동생 기옥이 집으로 찾아온다. 기옥은 온갖 살림에 치매 걸린 새언니 병수발을 하고 있는 기동을 보니 안타깝기도, 답답하기도 하다. 기옥은 마음 불편할 자식들 생각해서라도 말금을 요양원에 보내라고 성화다. 기동은 "건강한 내가 잘 보살피고 있는데 왜 남의 손을 빌리냐. 부부는 원래 같이 사는 건데 왜 자식들이 미안해하냐"며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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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시랑 새 연극 <나의 말금씨> 연습 장면. /주성희 기자


공사를 하던 옆집 주인은 알고 보니 어릴 때 이사 간 친구 윤진철의 동생 미숙이었다. 기동의 마음이 누그러뜨려지며 이웃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졸혼을 해 귀향한 미숙도 기동·말금 부부와 잘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말금은 기동과 생각이 다른지 미숙을 내쫓는다. 기동은 자기 말을 듣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말금을 바라본다. 말금은 오래된 자전거에 파스를 붙여놨다. 파스만 붙이면 아픈 게 다 낫는 줄 알기 때문이다.
미숙의 집이 다 지어져 이장과 기동, 미숙이 모여 조촐하게 축하하는 자리가 열린다. 미숙은 오래된 자전거에 눈길이 간다. 기동은 고물상에 갖다줘도 고철값도 못 받는다며 미숙에게 자전거를 거저 주려 한다. 말금의 허락 없이 자전거를 가져가자 화가난 그는 미숙의 머리채를 잡아챈다. 자전거 옆에서 눈물 흘리던 말금은 1986년 자전거를 처음 샀을 때, 1989년 어린이날에 자전거를 타고 가족끼리 처음 간 나들이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기동이가 미숙을 좋아하는지 물으며 질투심을 내비친다. 기동은 말금이 기억을 꺼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그리 반가울 수 없다. "기동이는 말금이만 평생 좋아해"라며 안심시킨다. 기동은 말금이 다 잊어버려도 자신만은 잊지 않길 바라본다. 작품의 부제 '잊혀지는 이름, 남는 마음'은 기동의 심정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손 연출은 시간을 두고 더 다듬어 이 작품을 내년 경남연극제에 출품할 생각이다. 그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말금의 치매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작품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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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금씨>로 데뷔하는 박지은(왼쪽) 배우가 연습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극단 아시랑에 이번 작품이 특별한 구석이 있다. 기옥 역을 맡은 박지은 배우의 첫 연극 무대이기 때문이다. 박 배우는 아시랑이 운영하는 시민연극교실 1기부터 활동하면서 연극에 관심을 두었고, 이번에 배역을 맡아 전문 배우와 첫 무대를 서게 된다.

연극 <나의 말금씨>는 17·18일 오후 7시 30분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3일 오후 7시 30분 함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한다. 관람은 무료다. 예매는 양산문화예술회관 누리집(yangsanart.net)에서 하면 된다. 문의 010-3915-5732.




연극 홍보물. /극단 아시랑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