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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채현채
등록일: 25-12-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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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11월 초, 강원 화천의 아침 기온은 진즉에 영하를 찍었다. 북쪽이라 단풍이 일찍 들었다 싶더니 금세 낙엽을 거의 다 떨구고 겨울 숲처럼 황량해졌다. 곰을 돌보는 활동가들은 떨어진 낙엽을 쓸어 마대에 든든히 모았다. 곰의 이불로 쓰기 위해서다. 동물에게 무슨 이불이 필요한가 싶지만, 적어도 항온동물이라면 이불을 쓰지 않는 동물은 없다. 누구나 푹신하고 따뜻하고 건조한 잠자리를 원한다. 동물의 취향은 대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돌보는 곰 열셋은 투실투실 살이 쪘다. 풍성한 겨울털로 갈아입어 실제 야마토게임연타 체형보다 더 둥글게 보인다. 몸을 웅크리면 거의 공이다. 초여름에 가장 낮은 몸무게를 기록했던 곰들은 늦가을 최고 몸무게로 달려가는 중이다. 두 계절의 몸무게 차이는 최대 1.5배까지 난다. 아직 여름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9월부터 먹이를 늘렸다. 먹이 중에서도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고구마와 밤의 비율을 높였다. 가을이 되면 곰의 몸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릴게임황금성 더 잘 바꾸어 몸속에 쌓아 둔다.
겨울에 먹을 게 없는 온대기후의 곰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몸으로 진화했다. 곰의 겨울잠은 개구리의 겨울잠과 다르다. 겨울잠이라는 말에서 흔히 떠올리는 장면은 개구리나 박쥐 같은 작은 동물이 죽은 듯 자는 동물이다. 이때 동물의 체온은 0도에 가깝게 떨어진다. 체내 대사율을 극단적으로 손오공릴게임예시 떨어뜨려 혼수상태에 가까운 채로 겨울을 나는 것을 보통 겨울잠(hiberna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곰의 겨울잠은 그렇지 않다. 진짜 겨울잠보다는 겨울 휴면(winter dormancy)에 가깝다. 체온도 평상시보다 3∼5도만 떨어뜨린다. 내내 잠들어 있지도 않는다. 마치 인간이 밤에 깊은 잠을 자는 정도로 잠들었다가 위험한 상황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이 오면 잠에서 깨서 대응한다. 며칠에 한 번은 부스스 일어나서 제 몸에 눌린 잠자리를 다시 푸근하게 정비하거나 쌓인 눈을 핥아 먹기도 하고 소변을 보러 동면굴 밖으로 엉덩이를 내밀기도 한다. 곰의 겨울잠은 완전히 잠든 채 겨울을 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곰의 몸속에서는 대사가 진짜 겨울잠처럼 거의 멈추는 것도 아닌데 아무 검증완료릴게임 것도 먹지 않고 길게는 반년 가까이 살아 있을 수 있다니. 겨울잠을 자는 동안 곰의 몸에서는 근육 단백질 분해가 억제되어 운동하지 않아도 근손실이 적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은 소변으로 질소 노폐물이 빠져나갈 기회가 사라지는 일이기도 한데, 이 노폐물을 오줌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아미노산으로 합성해서 단백질 원료로 사용한다.
몇 달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몸으로 진화했지만, 그렇다고 곰이 혹한을 견디며 잠을 잘 때 편안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겨우내 자다 깨다 하는 곰은 추위와 굶주림을 어떻게 느낄까? 눈 쌓인 나무 그루터기 안에서 그 긴 겨울을 버텨야 한다. 어쩌면 곰에게는 눈을 감고 웅크린 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곰은 그렇게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몸을 가졌다. 이 때문에 우리 인간은 겨울잠 자는 곰이 느끼는 그 감각이 무엇인지 절대로 정확히 알 수 없다. 춥고 흐릿한 날, 종종 ‘겨울잠 자는 곰처럼 푹 자고 싶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곰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속 편한 상상일 뿐이다.
야생곰은 응당 잘 때가 되면 잔다. 몸으로 익힌 지식으로 사방 어디에도 먹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할 계절이 되면 곰은 졸리다. 기온이 낮아지고 눈이 쌓이는 환경 변화도 졸린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러면 곰은 알아서 눈비와 바람을 막아줄 공간을 찾는다. 야생곰이라면 바위틈이나 속이 빈 나무 둥치가 될 것이다. 어쩌면 평소에 지나다 봐두었던 기막힌 장소를 기억해낼지 모른다. 인간이 그렇듯, 곰도 자는 일은 졸음이라는 감각에서 출발해 스스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해마다 겨울이 오기 전 곰을 겨울잠 재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곰을 재우다니, 무척 이상한 일이다. 이 이상한 일을 하는 이들은 바로 곰을 돌보는 사람들이다. 나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 문제를 다루는 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 일한다. 1970년대부터 한반도에서는 곰을 수입하고 길러 잡아먹는 산업이 유지되었다. 심지어 2025년 말까지는 곰을 기르고 웅담을 꺼내어 매매하는 행위가 합법이다. 동물의 권리까지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합법적으로 잡아먹도록 하는 제도는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사육곰 산업을 끝내자고 만든 단체다.
2023년 말 결국 불법화에 성공했고 우리가 집중하는 주제는 ‘남은 곰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우리는 강원 화천에서 곰 열세 마리를 돌본다. 40년 동안 사육곰 농장을 개조하고 방사장을 덧붙여 만든 곳이라 우리는 아직 ‘농장’이라 부르는 공간이다. 여전히 곰들은 야생에서의 행동 권역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좁고 단조로운 곳에 갇혀 있지만, 곰의 일상을 최대한 덜 지루하게 신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려 애쓴다. 흔히 하는 말로, 나무를 타고 흙을 밟게 해주는 것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각 곰이 갖는 자기만의 세상이, 그들의 하루가 ‘할 일’로 가득 차게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이다. 곰의 의식과 인지에 관점을 끼워 맞춰 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우리의 몸을 움직인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곰을 돌보는 일이다.
곰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맞다. 다른 몸을 상상하는 일은 끝도 없이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지금껏 과학자들이 관찰하고 정리해 놓은 지식이 있고, 곰을 돌보려 시도한 사람들의 경험이 있다. 그 지식과 경험이 완전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그것밖에 없어서 우리는 그 정보를 용감하게 믿어본다. 당연하게도 개별의 몸들은 우리 예측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곰이라는 종에 대한 정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곰들의 개별적 특성과 취향을 더해 판단하고 몸을 움직인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받는 곰이 마주하는 짧은 순간 안에도 서로가 주고받는 수많은 정보가 매번 달라지는 결정적 순간을 빚어낸다.
지금 한국에 남은 웅담 채취용 곰은 모두 반달가슴곰이다. 우리가 돌보는 곰도 모두 반달가슴곰이다. 한반도에 사는 야생 반달가슴곰은 12월 초중순에서 4월 초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겨울잠을 자는 중 새끼를 낳은 어미 곰은 새끼들이 먹을 수 있는 새순과 동물이 충분히 깨어나는 5월까지도 겨울잠을 잔다. 그러면 사육당하는 곰들은 얼마나 잘까? 사육 상태의 곰도 겨울이 되면 졸리지만, 먹이가 있으면 겨울잠에 충분히 들지 않고 자다 깨서 먹이를 먹는다. 동물원에서도, 농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곰은 겨울잠이란 것을 배운 적 없다는 듯 졸리지도 않아 보이고, 어떤 곰은 하루나 이틀을 자다가 깨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먹이를 먹으러 나온다. 곰을 돌보려면 겨울잠을 재울 고민도 필요했다.
■ 최태규 프로필수의사이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성공회대 ‘동물권과 사회 연구’ 전공 초빙교수. ‘도시의 동물들’, ‘동물의 품 안에서’(공저) 등을 썼다.
■ 용어 설명 - 항온동물(恒溫動物)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을 말한다. 대부분의 포유류와 조류가 이에 속한다.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지키는 일은 외부 환경 변화에 맞서기 위해 벌어지는 정교한 저항이다. 환경 온도가 떨어지면 대사를 늘려 체온을 올린다. 그 감각은 우리 인간도 느끼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추우면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것은 근육의 떨림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고, 인지하지 못하는 갈색지방의 활성화로 지방을 태운다. 다만 체온이 완벽하게 일정할 수는 없고 몸의 대사와 주변 온도 등에 따라 조금씩은 오르내린다. 곰은 겨울잠을 잘 때 3∼5도가량 체온을 떨어뜨리면서 몸의 대사를 획기적으로 바꾼다. 겨우내 먹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곰의 몸은 변신까지 하면서 겨울에 저항한다. 과도하게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이 침대와 이불을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항온동물들도 나름대로 이불을 만들어 쓴다. 겨울잠을 자는 곰에게는 쉽게 썩지 않는 섬유질 이불이 풍부하게 주어진다. 겨울 산에는 마른 잎과 가지가 늘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항온동물에게 이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재다. 그러나 농장이나 동물원에 사는 대부분의 항온동물들은 이불을 구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체온을 지켜야 하는 동물에게는 이불이 없다는 사실이 일상적 결핍으로 경험된다.
11월 초, 강원 화천의 아침 기온은 진즉에 영하를 찍었다. 북쪽이라 단풍이 일찍 들었다 싶더니 금세 낙엽을 거의 다 떨구고 겨울 숲처럼 황량해졌다. 곰을 돌보는 활동가들은 떨어진 낙엽을 쓸어 마대에 든든히 모았다. 곰의 이불로 쓰기 위해서다. 동물에게 무슨 이불이 필요한가 싶지만, 적어도 항온동물이라면 이불을 쓰지 않는 동물은 없다. 누구나 푹신하고 따뜻하고 건조한 잠자리를 원한다. 동물의 취향은 대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돌보는 곰 열셋은 투실투실 살이 쪘다. 풍성한 겨울털로 갈아입어 실제 야마토게임연타 체형보다 더 둥글게 보인다. 몸을 웅크리면 거의 공이다. 초여름에 가장 낮은 몸무게를 기록했던 곰들은 늦가을 최고 몸무게로 달려가는 중이다. 두 계절의 몸무게 차이는 최대 1.5배까지 난다. 아직 여름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9월부터 먹이를 늘렸다. 먹이 중에서도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고구마와 밤의 비율을 높였다. 가을이 되면 곰의 몸은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릴게임황금성 더 잘 바꾸어 몸속에 쌓아 둔다.
겨울에 먹을 게 없는 온대기후의 곰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몸으로 진화했다. 곰의 겨울잠은 개구리의 겨울잠과 다르다. 겨울잠이라는 말에서 흔히 떠올리는 장면은 개구리나 박쥐 같은 작은 동물이 죽은 듯 자는 동물이다. 이때 동물의 체온은 0도에 가깝게 떨어진다. 체내 대사율을 극단적으로 손오공릴게임예시 떨어뜨려 혼수상태에 가까운 채로 겨울을 나는 것을 보통 겨울잠(hiberna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곰의 겨울잠은 그렇지 않다. 진짜 겨울잠보다는 겨울 휴면(winter dormancy)에 가깝다. 체온도 평상시보다 3∼5도만 떨어뜨린다. 내내 잠들어 있지도 않는다. 마치 인간이 밤에 깊은 잠을 자는 정도로 잠들었다가 위험한 상황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이 오면 잠에서 깨서 대응한다. 며칠에 한 번은 부스스 일어나서 제 몸에 눌린 잠자리를 다시 푸근하게 정비하거나 쌓인 눈을 핥아 먹기도 하고 소변을 보러 동면굴 밖으로 엉덩이를 내밀기도 한다. 곰의 겨울잠은 완전히 잠든 채 겨울을 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곰의 몸속에서는 대사가 진짜 겨울잠처럼 거의 멈추는 것도 아닌데 아무 검증완료릴게임 것도 먹지 않고 길게는 반년 가까이 살아 있을 수 있다니. 겨울잠을 자는 동안 곰의 몸에서는 근육 단백질 분해가 억제되어 운동하지 않아도 근손실이 적다.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것은 소변으로 질소 노폐물이 빠져나갈 기회가 사라지는 일이기도 한데, 이 노폐물을 오줌으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아미노산으로 합성해서 단백질 원료로 사용한다.
몇 달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몸으로 진화했지만, 그렇다고 곰이 혹한을 견디며 잠을 잘 때 편안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겨우내 자다 깨다 하는 곰은 추위와 굶주림을 어떻게 느낄까? 눈 쌓인 나무 그루터기 안에서 그 긴 겨울을 버텨야 한다. 어쩌면 곰에게는 눈을 감고 웅크린 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곰은 그렇게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몸을 가졌다. 이 때문에 우리 인간은 겨울잠 자는 곰이 느끼는 그 감각이 무엇인지 절대로 정확히 알 수 없다. 춥고 흐릿한 날, 종종 ‘겨울잠 자는 곰처럼 푹 자고 싶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곰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속 편한 상상일 뿐이다.
야생곰은 응당 잘 때가 되면 잔다. 몸으로 익힌 지식으로 사방 어디에도 먹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할 계절이 되면 곰은 졸리다. 기온이 낮아지고 눈이 쌓이는 환경 변화도 졸린 감각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러면 곰은 알아서 눈비와 바람을 막아줄 공간을 찾는다. 야생곰이라면 바위틈이나 속이 빈 나무 둥치가 될 것이다. 어쩌면 평소에 지나다 봐두었던 기막힌 장소를 기억해낼지 모른다. 인간이 그렇듯, 곰도 자는 일은 졸음이라는 감각에서 출발해 스스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해마다 겨울이 오기 전 곰을 겨울잠 재울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곰을 재우다니, 무척 이상한 일이다. 이 이상한 일을 하는 이들은 바로 곰을 돌보는 사람들이다. 나는 웅담 채취용 사육곰 문제를 다루는 단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 일한다. 1970년대부터 한반도에서는 곰을 수입하고 길러 잡아먹는 산업이 유지되었다. 심지어 2025년 말까지는 곰을 기르고 웅담을 꺼내어 매매하는 행위가 합법이다. 동물의 권리까지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합법적으로 잡아먹도록 하는 제도는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사육곰 산업을 끝내자고 만든 단체다.
2023년 말 결국 불법화에 성공했고 우리가 집중하는 주제는 ‘남은 곰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우리는 강원 화천에서 곰 열세 마리를 돌본다. 40년 동안 사육곰 농장을 개조하고 방사장을 덧붙여 만든 곳이라 우리는 아직 ‘농장’이라 부르는 공간이다. 여전히 곰들은 야생에서의 행동 권역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좁고 단조로운 곳에 갇혀 있지만, 곰의 일상을 최대한 덜 지루하게 신나는 순간을 만들어주려 애쓴다. 흔히 하는 말로, 나무를 타고 흙을 밟게 해주는 것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각 곰이 갖는 자기만의 세상이, 그들의 하루가 ‘할 일’로 가득 차게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이다. 곰의 의식과 인지에 관점을 끼워 맞춰 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우리의 몸을 움직인다. 그것이 우리가 하는 곰을 돌보는 일이다.
곰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겠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맞다. 다른 몸을 상상하는 일은 끝도 없이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지금껏 과학자들이 관찰하고 정리해 놓은 지식이 있고, 곰을 돌보려 시도한 사람들의 경험이 있다. 그 지식과 경험이 완전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그것밖에 없어서 우리는 그 정보를 용감하게 믿어본다. 당연하게도 개별의 몸들은 우리 예측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곰이라는 종에 대한 정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곰들의 개별적 특성과 취향을 더해 판단하고 몸을 움직인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받는 곰이 마주하는 짧은 순간 안에도 서로가 주고받는 수많은 정보가 매번 달라지는 결정적 순간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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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규 프로필수의사이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성공회대 ‘동물권과 사회 연구’ 전공 초빙교수. ‘도시의 동물들’, ‘동물의 품 안에서’(공저) 등을 썼다.
■ 용어 설명 - 항온동물(恒溫動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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