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 미 3’.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죽은 아이피(IP·지식재산권)도 살려낸다고 할 정도로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할리우드 속편 바람 속에서 ‘나우 유 씨 미’ 3편이 9년 만에 극장에 돌아왔다. 2013년 개봉해 272만명을 동원한 1편, 2016년 개봉해 310만명을 동원한 2편까지 한국에서 무난한 흥행 성공을 거둔 시리즈의 속편이다.
4명의 마술사기단이 힘을 합쳐 악당을 골탕 먹이고, 마술쇼를 보러 온 평범한 이들에게 악당이 축적한 검은 돈을 깜짝 선물한다는 로빈후드식 이 오징어릴게임 야기가 시리즈의 얼개. 순간이동으로 외국 은행을 터는 등 스케일 큰 마술의 트릭을 알게 되는 재미, 캐릭터 각각의 현란한 손기술과 팀워크로 철통 보안을 뚫는 장면의 눈요기가 시리즈의 장점이다. 반면, 최면술 등을 남발해 이야기의 구멍을 스리슬쩍 넘어가는 건 단점. 12일 개봉한 3편은 마술사 수를 두배로 늘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 바다이야기게임장 2편에서 사라졌던 여성 마술사 헨리(에일라 피셔)가 다시 합류했고, 세대교체를 암시하는 꿈나무 마술사 3명이 한팀을 이뤘다.
전설적인 포 호스맨을 흉내 내며 마술쇼를 하던 찰리(저스티스 스미스), 보스코(도미닉 세사), 준(아리아나 그랜블랫)에게 호스맨의 리더였던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가 찾아온다. 이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야마토통기계 받았다는 것. 한참 전에 은퇴하고 뿔뿔이 헤어진 다른 멤버들도 같은 카드를 받고 모인다. 이들은 나치의 숨겨둔 재산에 연루돼 있다는 다이아몬드 재벌에게 접근한다.



영화 ‘나우 유 씨 미 3’.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릴짱 ‘나우 유 씨 미 3’은 다른 프랜차이즈 액션 대작들처럼 벨기에, 헝가리, 프랑스, 아랍 에미리트 등을 가로지르며 이국적 풍경을 유람한다. 그 가운데 아부다비에서의 마술쇼는 화려하게 세워진 도심의 인공미와 모래폭풍 부는 사막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포 호스맨이 소속된 비밀 단체 ‘디 아이’의 옛 본부로 등장하는 프랑스 고성 전체를 트릭 하우스로 꾸민 것도 릴게임야마토 볼거리다. 천장과 바닥이 뒤집힌 방, 복잡한 거울 미로, 좌우 크기를 왜곡시키는 방 등에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놀이공원에 온 듯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7편의 결과가 보여주듯, 하던 걸 아주 잘하는 정도로는 관객의 구미를 더는 끌기 힘들어진 영화 시장에서 시리즈의 충실한 복원이 10년 전과 같은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깨알 재미도 여전하지만, 강렬하게 남는 한방의 설계는 아쉽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