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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9월 6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온라인 환경과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성폭력은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성착취, 사이버 성폭력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고 서브프라임모기지란 있다. 이 글에서는 이를 포괄적으로 '디지털 성폭력'이라 칭하며, 정책적 용어를 지칭할 때는 '디지털 성범죄'라고 구분했다.

2017년, 국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범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이후, 디지털 성폭력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문제였다. 해마다 전국적 사건이 공론화되며 폭력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외환선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디지털 성범죄'는 주요 국정과제였다.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2018년), n번방 방지법(2020년)에 이어 지난해 딥페이크 성폭력 방지법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방지 대책을 때마다 발표해 왔다.
여성가족부(아래 여가부)는 2018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아래 중앙 디성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피해지원을 제도화했 생활자금 고, 이 폭력의 핵심 책임 부처로서 역할을 해야 했다. 정권이 바뀌고 여가부가 사실상 무력해진 상황에서 온라인 환경의 각종 성폭력은 더욱 변화무쌍해졌고, 플랫폼 사업자는 폭력과 혐오로 돈을 벌었다.
최근 10년간, 디지털 성범죄가 빠지지 않는 국정 과제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심각해서? 국가가 응당 대응해야 해서? 젠더폭력이 3년거치 아니라 기술 문제로 탈정치화됐기 때문이다.

촬영물 중심의 지원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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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하라!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서울 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경기 학부모회,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학부모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2024년 9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 및 근본족 종합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년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서며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지금 한국 사회에서, 특히 정책적 용어로서의 디지털 성범죄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중심으로 다뤄져 왔다. 성적 욕망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촬영물을 몰래 찍고, 유포하고, 합성하고, 이용해서 협박하는 행위들을 성폭력 범죄로 처벌하고 피해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에서 성폭력은 반드시 촬영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언어를 기반으로 한 텍스트 방식의 성폭력, 개인정보를 활용해 도용하고 사칭하는 방식의 괴롭힘, 지금까지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일들로 인해 피해자는 고통을 겪는다.
2010년대 중반, 온라인 페미니스트들의 문제 제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 이후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근거로 강조됐다. 많은 사회문제가 그러하듯 피해자의 고통은 문제를 알리는 '효과적'인 소재였고, 이때 피해자를 위해 등장한 대책은 '기술적인 지원'이었다. 최대한 정확하고 빠르게 유포된 촬영물을 삭제할 수 있는 기술, 더 완벽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정부는 예산을 썼고, 중앙 디성센터는 얼마나 많이 삭제했는지를 실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피해지원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중요하겠지만, 그로써 정부가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젠더 관점이 실종된 정책
여가부의 핵심 미션이 '여성정책 총괄·조정, 여성의 권익 증진 등 지위 향상'이라고 한다면, 성평등 관점은 기본 역량으로 요구된다. 온라인의 폭력이 어떤 구조적 불평등으로 발생하는지, 어떤 통념이 활용돼 피해자를 괴롭히는지 살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지원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이 '기술 발전의 폐해'로 여겨지며, '모두'의 안전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전제에서 젠더 권력에 기반한 기저는 삭제된 채, 오로지 '성적' 함의만 있으면 모두 성폭력으로 왜곡되고 있다.
'몸캠'은 정의에 대한 합의 없이 자의적으로 쓰이면서, 얼마나 많은 남성이 '몸캠 피싱' 피해자인지 주목한다. 중앙 디성센터는 몸캠 피싱 피해를 지원하며 피해자의 성비에 남성이 얼마나 많은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성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강조할 때, 젠더폭력의 관점은 삭제되고 기술 문제만 남는다.
'여성만 겪는 것도 아니다', '남성 피해가 심각하다'는 말은 진실 여부를 떠나 구조적 성차별을 허상으로 만드는 근거로 조작되어 쓰일 뿐이다. 그렇게 디지털 성범죄는 모두의 안전 문제가 돼 완전히 탈정치화되고, 어느 정권이든 상관없이 표심에 타격을 받지 않은 채 국정 과제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하면서도, 동시에 여가부 폐지를 주창하는 모순을 보여줬다. 디지털 성폭력은 성차별로 발생하는 권력 구조에 의해 작동되는 폭력이므로, 현실 세계의 전통적 의미의 성폭력과 뿌리가 같다.
현실에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스토킹, 강간, 준강간이 벌어지는데, 온라인 환경만 말끔히 폭력이 종식될 수는 없다. 따라서 디지털 성폭력 대응 정책을 젠더 관점 없이 기술 문제로만 접근할 때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고, 분절하지 않으며 폭력의 변화하는 양상으로 보아야 한다.
소비되는 고통, 유통되는 혐오
자신의 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포되는 건 왜 고통스러울까. 바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나아가 이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지에 따라 피해가 구성된다. 현행법이 '성적 욕망'과 '수치심'이라는 구성요건으로 성폭력을 판단하고 있지만, 폭력은 '야해서'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얼굴을 중심으로 편집한 것은 '야하지' 않다. 성적인 신체부위 노출 없이 얼굴만 등장하는 이미지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성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법과 법에 근거하는 피해지원제도에서 얼굴만 노출된 피해자는 배된다. 법·정책이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담아내지 못해 이들은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사회가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하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을 문란한 여성, 음탕한 게이, 민폐 끼치는 장애인 등으로 취급하며, 공격하고 배척하며 '정상'을 유지한다. 혐오표현은 자극적인 콘텐츠의 소재로 쉽게 등장하고, 사람들은 소비하면서 혐오를 강화한다. 클릭 수를 보장하는 혐오는 수익구조가 돼 콘텐츠로써 확대·재생산된다.
지금의 온라인 세계는 주목 경제에 따라 온갖 자극이 팔리고 있고, 그로써 이용자와 플랫폼이 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큰 규모의 사이버 불링이 일어났다. 오래전 많이 알려졌던 성폭력 피해 사례에 대한 허위 사실과, 유명 유튜버의 성폭력 등 과거 경험이 사이버레커들에 의해 일파만파 퍼졌다.
여성 BJ가 중년 남성의 유명 엔터사 사장과 찍힌 사진이 돌기도 했고, 더 전에는 집단적인 사이버 불링/몹에 의해 생을 마감한 여성 BJ도 있었다. 이 콘텐츠의 강렬한 자극은 낙인에 기반한다. 강력한 낙인은 그 자체로 피해를 구성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도록 매장시킬 수도 있고, 공개적으로 처형할 수도 있다.
낙인의 힘이 클수록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실태는 법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리되고, 피해지원 체계에선 아주 쉽게 탈락된다. 극심한 차별로 벌어지는 폭압이 평판을 깎는 일일 뿐인가. 지금 이 사회는 이런 폭력에 이름을 붙이지도,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예방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는 사명 다할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다면, 이 이름 없는 폭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남성들의 눈치를 보느라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뺀 것이 아니라면, 성평등 정책을 총괄할 부처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겨우내 빛을 내며 혁명을 일으킨 광장에서 탄생한 새 정부라면,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지 말라.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나아가 '죽고 사는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모두의 안전 문제'이라는 말이 결국 누구를 탈락시키는지 직시해야 한다. 피해자를 때리고 협박해야만 강간으로 인정하는 강간죄를 고쳐야 한다. 가부장제 아래 이성애 중심의 가족구성을 해체해야 한다.
이것은 젠더 관점으로 꿰어야 가능한 일이다. 때마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 대책을 만들고, 입법과 형량을 강화했지만,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마음껏 차별하고 혐오하며 폭력이 일어난다. 부당하고 부정의한 경험을 구제할 길이 없는 지금의 온라인 세계를 어떻게 성평등으로 재편할 것인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이 시점에, 우리는 이 사명을 다할 장관을 그리고 이를 추진할 정부를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